‘왕의 귀환’ JYJ, 15만 명의 일본 팬을 울리다

그룹 JYJ.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긴 시간이었습니다. 긴 기다림이었습니다. 그 시간 덕에 우리는 더욱 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도 없었고, 우리가 서 있는 이유는 바로 여러분입니다.”

일본 도쿄돔의 전광판에 JYJ의 멤버들이 일본어로 쓴 손 편지가 비쳐졌다. 이를 본 팬들은 한국어로 “괜찮아”를 외쳤고, 멤버들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오랜 공백기 끝에 JYJ가 도쿄돔에 다시 섰다. JYJ는 2일부터 4일까지 총 3일간 ‘더 리턴 오브 더 제이와이제이'(The Return of the JYJ)’를 열고 15만 명의 팬들과 만났다.

공연 마지막 날인 4일 오후 도쿄돔 주변에는 공연장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팬들이 ‘왕의 귀환’ ‘돌아와서 기뻐’ ‘잘 왔어’라고 한글과 일본어로 쓴 플래카드를 들고 흔들어댔다.

공연장 안은 이보다 더 뜨거웠다. JYJ를 상징하는 붉은 색 야광봉은 붉은 파도가 치듯 넘실댔고, 5만 명의 팬들은 “JYJ”를 외쳤다.

이날 공연은 한마디로 JYJ와 팬들이 3년 만에 만나 기다림의 갈증을 푸는 시간이었다.

JYJ는 2010년 6월 도쿄돔 공연 후 연예기획사인 에이벡스와 전속 계약의 법적 분쟁으로 일본 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다.

소송을 끝내고 3년 만에 도쿄돔에 다시 서자 JYJ와 팬들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JYJ는 무대와 팬들의 그리움에 대한 목마름을 채웠고, 팬들 역시 이들을 그동안의 쌓였던 아쉬움을 달랬다.

●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 그룹 JYJ’…4개 공연의 합쳐는 특별한 무대

JYJ는 첫 무대부터 16명의 댄서들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J첫 번째 앨범의 수록곡인 ‘미션’ ‘에이 걸’ ‘비 더 원’ 등을 연달아 부르며 한 치의 오차 없이 이른바 ‘칼 군무’를 자랑했다.

빠른 비트의 신나는 댄스곡과 감미로운 발라드 곡을 적절히 섞어 팬들의 혼을 빼놓았다.

또한 JYJ로 첫 발을 내디뎠을 때는 팬들에게 들려줄 노래가 많지 않아 공연시간이 짧은 것도 하나의 단점이었지만, JYJ로 시작하고 4년의 시간동안 발표한 솔로앨범과 드라마 OST 등을 통해 레퍼토리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무대는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의 솔로 콘서트와 이들이 한데 뭉쳐 무대를 꾸민 그룹 JYJ의 콘서트를 보는 듯했다. 각 무대마다 멤버별 특색과 매력이 그대로 드러났고, 팬들은 각자 좋아하는 멤버들 무대에서 더욱 뜨거운 반응을 보내기도 했다.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 세 사람이 따로 있을 때도 충분히 빛나지만 역시 셋이 모일 때는 그 빛을 더 발했다. 또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동안 한국에서 솔로 활동에 집중했던 이들이 세 명이 함께 하는 것은 2012년 3월 페루에서 JYJ 월드투어 공연 이후 딱 1년 만이다. 이런 사실을 일본 팬들도 잘 알고 있기에 세 사람이 함께 한 무대에서 더욱 열광했다.

팬들은 이들의 모습을 잠시라도 놓칠세라 장장 3시간이 넘는 공연 시간 내내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지 않았고, JYJ는 이런 팬들의 응원에 넓은 도쿄돔을 뛰어다니며 팬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 “이제 ‘안녕’이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팬들이 공연 내내 보내준 박수와 뜨거운 호응은 공연이 끝나기 전 잠시 숙연해졌다. 공연을 마무리하면서 JYJ는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 관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준수는 “오랜만에 돔 무대에 섰는데 정말 행복했다. 우리들에게 정말 소중한 순간이다. 여러분들이 보여준 사랑을 잊지 않겠다”면서 “도쿄뿐만 아니라 일본 곳곳에 찾아가서 직접 인사를 하고 싶다. 정말 고맙다”고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말을 잇지 못하는 건 김준수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눈물이 많은 김재중은 처음엔 애써 눈물을 참았지만, 팬들의 울음소리를 듣자 뒤로 돌아 눈물을 훔쳤다.

김재중은 “그동안 힘든 일도 많았다. 우리에게 이제 ‘안녕’ ‘이별’라는 단어는 없다. 오래 기다리는 것은 괜찮지만, 작별은 안 된다. 3년 동안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그런 불투명한 미래를 믿어주는 여러분이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도쿄(일본)｜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