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김응룡 “볼넷 10개·실책 10개 해도 괜찮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4월 5일 07시 00분


주루플레이도 마음대로 안 된다. 한화 1루주자 하주석(오른쪽)이 4일 대전 KIA전 8회 1사 1루 이학준 타석 때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유격수 김선빈(왼쪽)에게 태그아웃 당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주루플레이도 마음대로 안 된다. 한화 1루주자 하주석(오른쪽)이 4일 대전 KIA전 8회 1사 1루 이학준 타석 때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유격수 김선빈(왼쪽)에게 태그아웃 당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한화 김응룡감독이 선택한 고육책

‘선수들 긴장 때문에 실책 잦다’ 분석
“편하게 경기 해”…채찍 대신 당근
김성한코치에 덕아웃 파이팅 주문도


“웃으면서 합시다.” 개막 4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던 한화 김응룡(72) 감독이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김 감독은 4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선수단 미팅을 열고 “볼넷 10개를 줘도 된다. 실책 10개를 해도 된다. 질책 안 할 테니 편하게 경기에 임하라”고 주문했다. 해태 시절 선수들을 긴장시키기 위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던 ‘호랑이 감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편하게 경기에 임하라!

김응룡 감독은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다. 애제자인 KIA 선동열 감독도 “미팅 때 말을 많이 하지 않으셨다”고 증언했다. 실제 선 감독이 김 감독에게 들은 최고의 칭찬은 “수고했다”였고, 그나마도 ‘국보급 투수’ 선 감독이었기에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화 사령탑으로 돌아온 김 감독은 개막 4연패에 빠진 선수들에게 채찍이 아닌 당근을 건넸다. 한화 김성한 수석코치는 4일 “감독님이 ‘에러를 해도, 삼진을 당해도 된다. 질타 안 할 테니 편하게 하라’고 하셨다”고 귀띔했다. 이유가 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여유가 없다. 긴장을 너무 하니까 야수들의 팔이 안 나오더라. KIA 선수들은 (타구) 바운드가 튀어도 따라가는데, 우리 선수들은 몸이 굳어서 움직이질 못 한다”며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긴장하다보니까 릴리스포인트를 끝까지 끌고 나와서 던지지 못하고, 급하게 팔스윙을 하다보니 컨트롤이 아예 안 됐다. 위축된 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분석했다.

○웃으면서 하자! 그 결과는?

김응룡 감독은 선수들의 긴장을 풀기 위한 타개책으로 ‘웃음카드’를 꺼내들었다. 팀이 지고 있는데 웃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만큼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김 감독은 김성한 수석코치에게 “팀이 지고 있을 때, 감독은 웃고 있을 수 없으니 김 수석이 덕아웃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보라”는 특별주문까지 했다.

김 감독의 간절함은 잠시나마 통했던 것일까. 이날 한화 선발투수 바티스타는 1회 2안타, 몸에 맞는 볼 3개로 2실점했지만 이후 마음을 추스르고 호투를 펼치기 시작했다. 타자들도 KIA 선발 헨리 소사를 상대로 1·2회 1점씩을 뽑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웃음의 마력은 오래 가지 못했다. 타자들은 찬스에서 추가점을 뽑지 못했고, 잘 던지던 바티스타도 7회 1사 1루서 2안타 1보크로 추가 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바통을 이어받은 송창식은 1.2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안승민이 0.1이닝 4실점, 김광수가 0.1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며 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9회에만 무려 11안타를 맞으며 9실점. 추가 전력 보강 없이 자력으로 한화는 과연 첫 승을 신고할 수 있을까.

대전|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