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DOOR&PEOPLE] 남영호 대장, 39일간 깊은 공허와의 싸움 “과연 엠티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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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5일 07시 00분


남영호 대장이 39일 간의 엠티쿼터 횡단기와 사막탐험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남영호 대장이 39일 간의 엠티쿼터 횡단기와 사막탐험의 매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세계 최초 ‘엠티쿼터’ 1000km 도보 횡단…남영호 대장 복귀 후 국내 첫 인터뷰

사구 정상서 마주하는 공포감 상
상초월
밤낮 다른 기후와 독충
으로 24시간 긴장

사막 걸으며 자신과 소통…가장 행복해
세계 10대 사막 모두 횡단하는 게 목표

어린 시절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었던 직업 ‘탐험가’. 입 속으로 되뇌어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 구석이 뜨겁게 끓어오르는 마력의 이름.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탐험가’는 세상에서 몇 안 되는 ‘사서 개고생하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의 남영호(36) 대장은 탐험가다. 그의 전공은 사막. 끝없는 모래의 지평선이 펼쳐진 광활하고, 뜨겁고, 잔혹하기까지한 사막을 그는 오로지 두 다리에 의존해 건넌다. 3월 28일, 남 대장은 이시우(29), 아구스틴 아로요 베자닐라(51·스페인)로 구성된 원정대를 이끌고 세계 최초로 아라비아 사막의 엠티쿼터(룹알할리)를 도보로 횡단했다. 2월 18일 오만의 항구도시 살랄라를 출발해 39일 동안 1000km에 달하는 사막을 걸었다. 최종 종착지는 아랍에미리트의 리와였다.

남대장이 사막 탐험 후 국내 언론 최초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했다. 4일 서울 세종로 스포츠동아에서 만난 남 대장은 생각과는 달리 그리 크지 않은 키에 깡마른 체구였다. 까만 얼굴엔 하얀 선블럭이 언뜻언뜻 보였다. 두 눈엔 호수같은 푸르름이 있었다. 그는 “지난달 30일에 귀국해 사흘간 내리 잠만 잤다”고 했다. 까맣게 탄 얼굴이 웃자 유달리 하얗게 보이는 치아가 드러났다.

오만 ‘람라트 알 가르바니야트’ 지대를 통과하고 있는 남영호 대장의 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 원정대. 2월 18일 오만의 살랄라를 출발한 원정대는 39일 만인 3월 28일 아랍에미리트의 리와까지 1000km에 달하는 엠티쿼터 사막을 세계 최초로 도보횡단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사진제공|KBS촬영팀
오만 ‘람라트 알 가르바니야트’ 지대를 통과하고 있는 남영호 대장의 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 원정대. 2월 18일 오만의 살랄라를 출발한 원정대는 39일 만인 3월 28일 아랍에미리트의 리와까지 1000km에 달하는 엠티쿼터 사막을 세계 최초로 도보횡단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사진제공|KBS촬영팀

- 왜 하필 ‘사막’을 택했나.


“현대 탐험에서 산은 더 이상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고 생각했다. 개척이 덜 된 곳에서 나만의 탐험 스타일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사막은 엄청난 매력을 지닌 장소다. 역사, 문화, 지리적으로 어마어마한 얘깃거리가 숨겨져 있다.”

- 중국 타클라마칸, 몽골 고비, 호주 그레이트빅토리아 사막에 이어 네 번째 사막원정이었다. ‘엠티쿼터’가 그동안 탐험한 사막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엠티쿼터’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사막이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배경이 된 사막이기도 하다. 기존 사막과 다른 점은 인간이 절대 살 수 없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모래만으로 이루어진 사막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이라고 보면 된다.”

- 그 정도로 넓은가.

“동서 1000km, 남북 500km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크다. 하루 종일 걸어도 지평선 밖에 볼 수 없다. 들어서는 순간 ‘과연 엠티(empty·공허함)로구나’싶었다.”

- 탐험 중 두려움이 밀려올 때는 언제인가.

“사막은 평지가 아니다. 깊이 들어가면 피라미드처럼 불뚝불뚝 솟은, 높이가 150∼250m나 되는 사구(모래언덕)를 만나게 된다. 엄청난 체력과 시간을 들여 올라섰을 때, 정상에서 마주하는 고립감은 엄청나다. 나는 그것을 ‘광활함 속의 폐쇄공포’라고 부른다. 좁은 곳에 갇힌 공포가 아닌, 너무나 넓어 도망갈 곳이 없어 밀려드는 공포다. 그 순간은 정말 두렵다.”

엠티쿼터 도보횡단에 성공한 원정대. (맨 왼쪽부터)아구스틴, 남영호, 이시우. 사진제공|코오롱스포츠
엠티쿼터 도보횡단에 성공한 원정대. (맨 왼쪽부터)아구스틴, 남영호, 이시우. 사진제공|코오롱스포츠

- 사막에는 위험한 요소가 많을 텐데.

“기후와 지긋지긋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어제까지 반팔을 입었는데, 오늘은 눈이 내릴 수도 있는 곳이 사막이다. 태양열, 복사열, 풍열이 대낮에는 45도까지 기온을 끌어올리지만, 밤에는 겨울용 침낭이 없으면 잠을 잘 수 없다. ‘사막에서는 아무 데나 손을 짚지 마라’는 금기가 있다. 사막뱀, 전갈, 독충 등 모래 속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대자연은 정말 무서운 존재인 것 같다.

“그렇다. 하지만 자연보다 사람이 무섭다. 예상치 못한 위험은 늘 사람 때문에 생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두려우면서도 그리운 것이 또한 사람이다. 외부의 위험도 있지만 대원 간 내부의 갈등도 극복해야 한다. 여정이 길어지게 되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트러블이 생기게 된다. 이것을 해결하는 것은 대장의 몫이다.”

- 왜 이처럼 힘들고 위험한 탐험을 떠나나.

“사막을 걷는 순간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사막은 세상과 단절된 장소지만, 나는 그곳에서 소통을 한다. 인터넷, 신문, TV, 전화도 없고 트위터, 페이스북도 할 수 없지만 사막에서는 나조차 몰랐던 벌거벗은 나와 마주하게 된다. 내게는 그게 진짜 소통이다.”

- 올해 계획은.

“가을에 미국 네바다 주에 위치한 그레이트베이슨사막을 탐험할 예정이다. 북미 최대의 사막으로 800km쯤 된다. 세계 10대 사막을 모두 걷는 것이 최종 목표다. 4∼5년 내에 완수하고 싶다.”

● 남영호?

1977년 1월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산악전문지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며 우리 산과 오지를 탐험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2006년 자신의 꿈인 유라시아 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했다. 중국 텐진에서 포르투갈 로카까지 230일에 걸쳐 10여 개국 1만8000km를 달리는 여정이었다. 2009년엔 세계 최초로 타클라마칸사막 450km 도보종단에 성공했고 2010년엔 갠지스강 2500km를 카약으로 완주했다. 2011년 고비사막 도보횡단을 시작으로 세계 10대 사막 무동력 횡단이라는 거대한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 2012년 호주 그레이트빅토리아사막 무동력 횡단에 이어 2013년 아라비아사막 엠티쿼터 1000km 도보횡단에 성공했다. 그는 지금 또 다른 탐험을 준비하고 있다.

● 엠티쿼터?

엠티쿼터(현지어로는 룹알할리사막)는 아라비아 반도의 20%를 차지하는 거대한 사막이다. 사막 면적은 65만km²로 사하라사막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다. 동서길이는 1200km, 남북길이 650km. 엠티쿼터(Empty Quarter)는 ‘공허의 1/4’이란 의미다. 대부분 모래사막으로 모래언덕 높이가 250m를 넘는 곳도 있다. 이 사막은 1945년부터 1950년까지 영국의 윌프레드 세시저가 베두인과 함께 낙타를 타고 첫 횡단에 성공했다. 2011년엔 영국 탐험가 에드리안 헤이스가 낙타를 타고 건넜다. 그러나 낙타 등을 이용하지 않고 오직 인간의 힘으로 이 사막을 횡단한 사람은 남영호 대장이 세계 최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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