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金사장-朴부장 자기PR 전쟁… 갑자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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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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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직업 멘토링에 6100명 신청 “저를 여러분 멘토로 뽑아주세요, 제발”
홈피에 실시간으로 멘티 수 공개… 톡톡 튀는 자기소개서로 낙점 호소

삼성그룹이 3일 오픈한 ‘삼성 직업 멘토링’ 공식 홈페이지(위쪽)에 멘토로 자원한 삼성 임직원들의 자기소개서가 공개돼 있다. 홈페이지 캡처 화면
삼성그룹이 3일 오픈한 ‘삼성 직업 멘토링’ 공식 홈페이지(위쪽)에 멘토로 자원한 삼성 임직원들의 자기소개서가 공개돼 있다. 홈페이지 캡처 화면
“저를 여러분의 멘토로 뽑아주세요.”

신입사원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최근 치열한 자기 PR를 하고 있다. 입사 20년차 부장들도 오랜만에 고민하며 자기소개서를 썼고, 신입사원들은 입사를 준비하던 시절을 되살렸다. 이처럼 삼성그룹의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 ‘삼성 직업 멘토링’에 멘토(mentor·조언하는 사람)로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임직원은 6100여 명에 이른다. 삼성은 임직원들이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대학생을 만나 직업 정보와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는 이 프로그램을 올해로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3일 공식 홈페이지(mentoring.youngsamsung.com)를 오픈하면서 임직원 멘토들의 자기소개서를 공개했다. 현업과 멘토링하려는 주제, 함께하고 싶은 멘티(mentee·조언받는 사람) 등 항목별로 꼼꼼하게 입력했다.

대학생들은 이곳에 올라온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멘토를 선택한다. 멘토 한 명당 멘티는 5명. 멘토의 이름 옆에 실시간으로 멘티의 수가 공개되다 보니 홈페이지는 열띤 경매현장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4일 오후 4시 현재 참여를 신청한 대학생은 7658명. 선착순이다 보니 이미 멘토 978명은 멘티 정원 5명이 꽉 찼다.

멘토 참가를 신청한 한 대리급 직원은 “아무도 나를 선택하지 않을까봐 은근히 긴장됐다”며 “자기소개서를 더 돋보이게 쓸 걸…”이라고 했다. 실제 공개된 자기소개서 중에는 방황하던 시절의 추억부터 오랜 경력까지 다양한 ‘스펙’을 앞세운 PR성 글이 넘쳤다. 삼성전자 장정규 사원은 ‘입사하기까지 200여 장의 자기소개서를 쓸 정도로 실패 노하우 내공이 엄청나다’고 적었다. 입사 1년이 안 된 신입사원인 삼성전자 최성호 멘토는 ‘불과 몇 달 전 경험했던 과정이니 동감하며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원급들도 PR 경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올해는 김신 삼성물산 사장, 윤진혁 에스원 사장, 이현동 삼성준법경영실 부사장, 박중흠 삼성중공업 부사장 등 CEO와 임원급 189명이 자원했다.

김 사장은 ‘여러 나라에 출장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런 경험과 지식이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썼다. 이 부사장은 “삼성에 소속된 많은 변호사들을 관리하고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프로가 되기 위한 노력과 방법, 특히 진정한 리더십을 양성하고 실천해 나가는 방법을 멘토링하겠다”고 적었다. 사장급 대부분은 3일 홈페이지 오픈 직후 멘토링 신청이 완료됐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직업멘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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