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이 된 남자의 몸… 崔상무는 ‘날도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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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복 갈수록 슬림화

직장인 경종욱 씨(40)는 요즘 유행하는 ‘1일 1식’을 실천하고 있다. 점심도 특별한 약속이 없을 땐 샐러드로 때우고 매일 한 시간씩 따로 운동을 한다. 이렇게 4주 만에 4kg을 감량했다. 그는 “직장을 옮겼는데 살이 붙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남자들의 몸이 날씬해지고 있다. 잘 관리된 몸이 지위와 신분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지면서 몸에 신경을 쓰는 남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년 남성 사이에서도 툭 튀어나온 배가 인격이 아니라 ‘자기관리 실패’의 상징이 되면서 남성복 사이즈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4일 LG패션에 따르면 남성복 브랜드 TNGT는 2008년 105 사이즈를 찾는 고객이 줄면서 100과 105의 중간인 103 사이즈를 내놨다. 103 사이즈의 생산량은 매년 10% 이상씩 늘고 있다.

마에스트로 역시 정장 슈트 가운데 품에 여유가 많은 6드롭 제품보다 더 슬림한 7, 8드롭의 생산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드롭은 가슴둘레(인치)에서 허리둘레를 뺀 수치로 숫자가 크면 그만큼 허리가 날씬하다는 뜻이다. 7, 8드롭 제품은 2007년만 해도 전체 생산량의 5% 정도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40%로 늘어났다. 바지도 주름이 잡혀 헐렁하게 입는 투턱(two-tuck) 팬츠보다 주름 없이 몸매를 강조하는 노턱(no-tuck) 팬츠가 인기 있다. 노턱 팬츠의 올해 생산량은 2007년보다 50% 이상 늘었다. LG패션 측은 “치수가 애매할 경우 작은 쪽을 택해 몸매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전했다.

직장에서도 날씬한 몸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포스코, 삼성중공업, 한국야쿠르트 등 많은 기업이 최근 직원들의 건강관리와 업무효율 측면에서 비만퇴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체중 감량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은 여성만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티켓몬스터가 20∼40대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남자들의 새해 결심 1위는 금주나 금연이 아니라 다이어트(58.9%)였다.

몸 관리는 조직을 지휘하는 40, 50대 남성 중역들에게 더 절박한 과제다. 한 외국계 기업 임원은 최근 동창 모임에서 “남자들이 더하다”는 여자 동창들의 볼멘소리를 들었다. 남성 참석자 대부분이 샐러드 외에는 다른 음식에 거의 손을 안 댔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에선 임원 인사철 금기사항으로 흡연, 타사 제품 사용과 함께 ‘툭 튀어나온 배’를 꼽기도 한다. 최고경영자(CEO)나 오너들도 즐겨 찾는 웨스틴조선호텔 피트니스센터의 이상열 트레이너는 “바빠도 트레이너와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해외출장 중에도 정해준 양만큼 운동했다고 알려올 만큼 다들 열심히 운동한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몸에 달라붙는 남성용 슬림 핏 청바지를 선보였다. 당초 30대가 주 소비층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40, 50대 고객이 75%를 차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이 잇달아 남성 편집매장을 확장하거나 신설했고 홈쇼핑과 소셜커머스 업체도 남성 대상 다이어트·헬스 관련 기획전을 늘리는 등 남성의 몸이 요즘 유통가의 화두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남성복#LG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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