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술 안따른다고 후배 따귀… 탈퇴하겠다니 각목으로 50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아직도 이런 대학 동아리가?
인하대 역도부 신입생들에 폭력 물의… 역도부장 “전통이라 여겨…” 사과문

대학 동아리를 탈퇴하려는 신입생에게 전통을 내세워 각목으로 수십 대씩 구타한 동아리 훈련부장이 학내 징계와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4일 인하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역도부 동아리 학생들은 태권도부 동아리 학생들과 대면식을 가졌다. 친목도 다지고 단합도 꾀하자는 취지로 만든 자리였다. 양쪽 동아리 학생 30여 명은 연거푸 술잔을 돌렸다.

그러다 술에 취한 역도부 선배 한 명이 신입생들의 뒤통수와 따귀를 때리기 시작했다. ‘술잔이 비었는데 제때 술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동아리 분위기가 싫었던 신입생 2명은 다음 날(지난달 27일) 동아리 방을 찾아가 훈련부장에게 역도부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훈련부장은 “규칙은 알고 있겠지”라며 신입생 2명을 벽에 세워 각목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신입생들은 50여 대를 맞고서야 동아리 방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음 날에도 신입생 1명이 탈퇴의사를 밝히자 역도부장은 각목으로 55대를 때렸다. 인하대 역도부는 올해 신입생 31명이 지원했지만 대면식 이전에도 3명이 험악한 분위기 때문에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50년 전통의 이 동아리에는 탈퇴하는 후배를 구타하는 악습이 내려오고 있다. 졸업한 선배까지 모이는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에서는 선배들을 위해 신입생은 여학생을 데려가야 하는 구태도 남아있었다. 폭행 사실이 인하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히 퍼지자, 재학생들은 해당 동아리를 해체하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엄모 씨는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 “03학번인 친구가 역도부를 탈퇴할 때 맞고 나왔는데 여전하네요. 어이가 없네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후배들을 구타한 선배들은 발뺌하다 논란이 커지자 3일 사과문을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실명으로 올렸다. 역도부장은 사과문에서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되어서는 안 되지만 위에서부터 배워온 악습을 전통이라 여기고 없애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고 밝혔다. 인하대와 총학생회는 4일 폭력을 행사한 역도부 동아리 학생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논의하고 학내 징계와 경찰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대학 동아리#각목 구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