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Outro]울의 귀환… 보송보송 양털양말 중독자 많다는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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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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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에 울 소재 제품 새바람

아웃도어용 울 제품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양말(원 안). 울 소재 제품은 그 외에도 속옷과 티셔츠, 바지, 모자 등 무척 다양하다. 스마트울·영원무역 제공
아웃도어용 울 제품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양말(원 안). 울 소재 제품은 그 외에도 속옷과 티셔츠, 바지, 모자 등 무척 다양하다. 스마트울·영원무역 제공
플리스(fleece)는 원래 영어로 양털을 뜻하는 말이지만 요즘엔 올을 부풀린 합성소재의 이름으로 통한다. 합성소재인 플리스는 가볍고 보온력이 뛰어나다. 물에 젖어도 빨리 마른다. ‘기적의 섬유’로 불리는 고어텍스와 함께 아웃도어 의류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합성섬유에 필적하는 흡습·속건 능력

땀 배출이 잘 되고 보온력이 뛰어난 울 내의. 하그로프스 제공
땀 배출이 잘 되고 보온력이 뛰어난 울 내의. 하그로프스 제공
그런데 원래의 플리스, 즉 양털(wool·울)이 지금의 아웃도어용 합성섬유에 필적하거나 더 뛰어난 기능을 갖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울 소재는 습기를 흡수해 빨리 증발시키는 흡습·속건 능력이 뛰어나다. 양털은 상피세포가 왁스로 코팅돼 있어 일정 정도의 방수 능력도 있다.

털로 이뤄진 소재이지만 겨울은 물론이고 여름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양털에는 수백 개의 작은 공기주머니가 있다. 이것들이 공기층을 형성해 추울 때는 보온 기능을, 더울 때는 단열 기능을 한다. 자연적인 항균·소취 기능도 장점이다. 양털에는 항균 기능을 하는 라놀린이라는 지방 성분이 들어있어 박테리아 번식을 막아준다. 자연히 땀 냄새나 발 냄새가 줄어든다. 울을 구성하는 케라틴 단백질도 비슷한 기능을 한다.

울 소재에는 이렇게 많은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다. 보풀이 잘 일어나고 내구성이 다소 부족하며, 오랫동안 쓰면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들로 양털은 합성섬유가 나오자 빠르게 대체됐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시 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울 소재의 단점을 극복한 새로운 양털 직물들이 등장한 덕이다. 스마트울과 메리노퍼폼, 스포트울 등 신소재들은 특수처리나 합성섬유와의 혼방, 이중직조 기술(바깥쪽은 합성섬유, 안쪽은 울) 등을 이용해 이전의 단점을 극복했다.

물빨래 가능한 제품 많아

현재 울 소재로 만들어지는 아웃도어 의류는 속옷과 재킷, 모자, 장갑 등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양말과 관련한 수요가 많다. 스마트울 단일 브랜드의 양말만 미국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1억 달러(약 1117억 원)어치가 팔렸을 정도다.

울 양말은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등산 마니아들이나 마라토너, 운동선수들 사이에 애용하는 사람이 꽤 많다. ‘한 번 신어보면 중독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 마라톤 정규코스 3시간 이내 완주(서브스리) 200회 기록을 가지고 있는 심재덕 씨(43)는 “착용감이 좋은 데다 피부 쓸림이 없어 울 양말만 신는다”고 말했다.

울 소재 양말은 흡습·속건 능력을 통해 장기간 산행 내내 발을 보송보송하게 유지해 준다. 특유의 탄력 때문에 걷는 내내 푹신한 느낌이 들어 발이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다. 울 소재의 탄력과 원상 회복력은 곱슬곱슬한 양털의 구조적 특징에서 온다.

한편 울 소재의 이용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대부분의 울 소재 아웃도어 제품이 물빨래가 가능하지만 간혹 드라이클리닝이 필요한 제품들이 존재한다. 또 열에 약한 특징 때문에 물빨래를 할 때는 찬물을 이용하는 게 좋다. 뜨거운 물에 넣으면 크기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현재 아웃도어용 울 소재는 거의 다 메리노 양의 털을 재료로 이용한다. 메리노 양모는 대부분이 솜털로 이뤄져 있어 감촉이 부드럽고 흡습·속건 능력이 뛰어나다. 원산지인 스페인은 18세기까지 메리노 양의 수출을 법으로 금하기도 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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