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종AI, 인간에게만 치명적 증상… 대확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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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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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연구센터 “유전자 변형으로 감염 경로 추적 힘들어”
저장성서도 발생, 사망자 3명으로… ‘사스 악몽’ 재연 우려

중국에서 첫 사망자를 낸 새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인 H7N9형이 인간에게만 치명적인 증상을 일으키도록 변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H7N9형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 추적과 확산 방지는 기존 H5N1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중국에서는 3일 추가 감염자가 확인되고 사망자도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일본 도쿄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인플루엔자 연구센터를 인용해 “새로운 H7N9형 AI는 당초 닭 오리 등 가금류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돼지 같은 다른 동물군에도 전염되도록 유전자가 변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람에게 더 쉽게 전염될 수 있다고 연구센터는 설명했다.

무엇보다 H7N9형은 동물을 감염시켰을 때는 증상을 일으키지 않다가 사람에게 전염되고 나서야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연구센터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부 새와 돼지에선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며 “이는 인간과 가까운 주변 동물들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사람이 알기 힘들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감염 경로를 추적해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대 미생물학자인 마릭 페이리스는 “기존 H5N1형은 가금류에만 전염되고 감염된 새들은 죽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다”며 “새 바이러스가 중국과 중국 밖으로 퍼져 나간다면 기존 H5N1형 AI보다 훨씬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부터 발생한 H5N1형 AI로 지금까지 360명이 숨졌다. 대부분 감염된 새들과 접촉해 전염된 것.

연구센터의 마사토 다시로 박사는 “이 바이러스가 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잠정적인 평가”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에서 이 바이러스로 인한 추가 감염자 및 사망자가 나왔다. 저장(浙江) 성 위생청은 이날 항저우(杭州) 시에서 H7N9형 AI 확진 환자 2명이 확인됐고 이 가운데 한 명이 이미 숨졌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달 31일 H7N9형 AI에 감염된 사람의 사례가 세계 최초로 발표된 지 불과 나흘 만에 환자가 9명으로, 사망자는 3명으로 늘어났다. 감염자 발생 지역도 상하이(上海) 시와 안후이(安徽) 성에서 장쑤(江蘇) 성, 저장 성 등 4개 성·시로 확대됐다. 하지만 중국 위생당국은 빨라도 6∼8개월이 걸려야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추가로 확인된 38세의 훙(洪)모 씨는 장쑤 성 타이창(太倉)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지난달 7일부터 발열 증세를 보였다. 그는 20일 고향인 항저우로 돌아와 입원 치료를 받다 27일 숨졌다.

다른 추가 환자는 67세 양(楊)모 씨로 지난달 25일부터 기침 발열 등 증세를 보여 항저우 시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직 환자들의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인은 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돼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중국 정부의 대응이 사스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좀 더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과학자는 “가장 큰 적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과거 사스를 은폐해 초기 대응에 실패했음을 지적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중국#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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