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수석 “한은 기준금리 내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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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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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정부 개입 오해 불러” 반발… 11일 금통위 어떤 결정 내릴지 주목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사진)이 3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한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금리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한은이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조 수석은 이날 청와대에서 경제부처 업무보고와 관련한 브리핑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추가경정예산으로 국채물량이 나오면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국채물량을 공개해 금리 상승효과를 줄일 수 있다”면서 “여기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주면 더 좋다”고 말했다.

추경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고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국채금리가 상승(국채 값은 하락)하고, 회사채금리도 올라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는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새 정부 경제정책을 이끄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한은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청한 셈이다.

청와대는 뒤늦게 “원론적인 내용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1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MB(이명박) 정부 때도 한은은 다소 굼뜬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부탁한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나 총액대출한도 증액 등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달라”고 말한 데 이어 조 수석의 발언이 나오자 한은 측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에둘러 표현해도 알 수 있는 것을 몇 번씩 노골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만약 금리를 낮추더라도 정부가 금리 결정에 개입했다는 식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기준금리의 방향은 결국 이르면 이번 주에 금통위원들에게 보고될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병기·장원재 기자 weappon@donga.com
#조원동#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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