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 反金연대… 민주는 아직도 그 타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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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맏형이라며 노원병 무공천… 全大 앞두고 反김한길 연대 추진
주류서도 “특정인 비토 명분 없어”

민주통합당이 단일화라는 우상(偶像)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24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 노원병에는 ‘야권 맏형론’을 내세우면서 제1야당의 체면도 버린 채 무(無)공천을 하더니, 대선 패배 후 첫 지도부를 뽑는 5·4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유력 당권 주자에 맞서는 상대 주자들의 단일화 논의가 한창이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대선평가위원회(위원장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은 지난해 대선 패배 원인의 하나로 “야권 후보 단일화만 하면 선거에서 이긴다는 안일한 판단”을 꼽았다. 그러나 대선 패배 100일이 지난 지금도 단일화를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쓰고 있다.

5·4 전당대회에서 대표 경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강기정 이용섭 의원과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이목희 신계륜 의원은 지난달부터 3일까지 세 차례 회동을 갖고 후보 단일화 방안을 논의했다. 결선에 참여하는 3명을 선출하는 예비경선(컷오프, 12일) 전후 단일화를 이룰 가능성이 제기된다. 친노(친노무현)·주류에 속하는 이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오는 비주류 측 김한길 의원이 대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이른바 ‘반(反)김한길’ 연대다. 이들은 “김 의원은 결코 민주당에 혁신을 가져올 리더십의 소유자가 아니다”라거나 “2007년 열린우리당 분당(分黨) 사태를 주도한 것이나 다름없는 김 의원이 대표가 되면 당은 또다시 분열될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들의 연대나 단일화 논의 자체가 또 다른 계파 패권주의라고 반박한다. 그는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을 이렇게 편가르기 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것을 보면 국민들은 ‘민주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라고 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모습을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은 차갑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정견이나 정책, 노선이 달라 반대한다면 이유가 되겠지만 ‘누구는 절대 안 된다’는 식으로 특정인을 비토하기 위한 연합은 아주 추악한 계파정치”라고 비판했다. 주류 일각에서도 “‘특정인 반대 연대’는 명분이 없다. 차라리 김 의원이 대표가 되고 나서 일을 하는 것을 보면서 책임을 묻고 따져 나가는 게 낫다”는 의견이 조금씩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대선을 거치면서 계파 갈등이 명확히 드러났지만 계파 갈등을 초월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오지를 못하니 새로운 구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뿌리 깊은 계파 갈등이 열세인 쪽으로 하여금 단일화에 집착하게 하고, 이것이 다시 계파 대결이라는 해묵은 구도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노원병 무공천을 결정하면서 “인사 사고와 오만한 국정운영에 대한 견제와 심판”이라고 했다. 그러나 후보도 내지 않고 어떻게 심판하겠다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보선을 치르는 세 지역구 가운데 승부처인 서울은 후보를 내지 않고,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청양에서 패배한다면 민주당의 존재감은 더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2003년 4·24 재·보선에서 새천년민주당은 당시 유시민 개혁당 후보를 위해 경기 고양 덕양갑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지금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처럼 ‘정당개혁과 정치혁명’을 주장했던 유 후보는 당선되자마자 ‘개혁신당’을 외쳤고, 결국 새천년민주당은 같은 해 11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으로 쪼개졌다. 한 중진 의원은 “10년 전 일에서 데자뷔(기시감)를 느낀다. 야권연대나 후보단일화는 우리가 선택해야 할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며 민주당의 자강(自强)을 강조했다.

민동용·김기용 기자 mindy@donga.com
#야권연대#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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