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 사회’… 10대들 보험사기 4년새 3배로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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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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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23명, 중앙선 넘는 택시만 골라 부딪친 뒤 합의금 1억여원 뜯어
2012년 1562명 적발… 갈수록 조직화

10대 청소년까지 보험사기 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기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분위기가 청소년에게까지 전이된 것이다. 지난해 10대 보험사기 범죄가 4년 전에 비해 3배로 늘었을 정도다.

2월 13일 오후 10시 15분경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4번 출구 앞 2차로 도로. 박모 군(16)은 오토바이 뒷좌석에 친구 허모 군(16)을 태우고 보험사기 대상을 물색했다. 주정차된 차량을 주시하며 주위를 빙빙 돌던 박 군의 눈에 도로변에 정차된 차를 피해 중앙선을 넘으려는 차량 한 대가 들어왔다. 박 군은 주저 없이 차량 앞으로 달렸다. 운전자는 갑작스러운 오토바이의 등장에 차를 멈췄지만 박 군이 몰던 오토바이는 차량의 보닛에 그대로 부딪쳤다. 박 군과 허 군은 운전자 앞에서 나뒹굴며 “팔이 부러진 것 같다”고 소리쳤다. 차량 운전자는 보험사에 신고했고, 결국 치료비로 60만 원씩이 지급됐다.

박 군을 비롯한 청소년 23명은 중앙선 침범이 잦은 도로를 찾아다니며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44차례에 걸쳐 보험금 또는 합의금 명목으로 1억1200여만 원을 받아 냈다. 서울 용산구와 종로구, 마포구 일대의 1차로 편도 도로는 그들의 주된 보험사기 장소였다. 이들은 좁은 도로에서 주정차된 차량을 피하려 중앙선을 넘는 택시를 주로 노렸다. 택시 운전사들은 중앙선을 침범하다 접촉사고가 나면 형사처벌이나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험금과는 별도로 합의금까지 건넨 경우도 있었다.

종로경찰서는 박 군 등 23명을 상습 사기 혐의로 검거해 이 중 주도적 역할을 한 3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일 밝혔다. 용산지역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들은 경찰에서 “보험사기로 쉽게 큰돈을 벌 수 있었다”며 “중앙선을 넘은 택시 운전사들은 사고가 나도 신고를 잘 못 한다고 들어 대상으로 삼았다”고 진술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를 벌이다 당국에 적발된 10대는 1562명에 이른다. 2011년(952명)에 비해 64% 늘어난 수치다. 2010년 586명에 비해서는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지난해 8월에는 대구에서 고교생 86명이 교통사고 보험사기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이들은 차를 나눠 타고 고의로 추돌사고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11차례에 걸쳐 1억여 원을 뜯어냈다. 같은 달 대구에서는 고교생 38명이 아르바이트 명목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해 2000만 원 상당의 보험금을 타 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보험사기가 청소년에게도 확산되는 것은 빗나간 한탕주의와 낮은 처벌 수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금융감독원이 1월 발표한 ‘보험 범죄 형사 판례 분석’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2012년 말까지 보험사기 형사재판에서 10명 중 1명꼴로만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진혁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어른들이 보험사기로 쉽게 돈을 번다는 것을 알게 된 청소년들이 한탕주의에 빠져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며 “보험사기도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김성모 기자 jikim@donga.com
#청소년#보험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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