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수시 요강… 일부 상위권大 B형 1과목만 봐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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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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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형 2과목 반영’ 명시 안해… 선택형 수능 혼란 가중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문제가 올해부터 두 가지로 바뀐다. 수험생은 국어 영어 수학을 지금까지와 같은 수준의 B형이나 조금 더 쉬운 A형 중에서 골라서 치르면 된다. 서울 상위권 대학은 국어 영어 수학 가운데 B형을 2과목 이상 봐야 한다고 결정했다.

문제는 일부 대학이 수시 지원자격에 이런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영수 중에서 하나만 B형을 치러도 합격이 가능하다. 대학은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고 요강을 바꾸려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한 번 발표한 내용은 수험생의 혼란을 막기 위해 고치지 못한다고 거듭 밝혔다. 대학과 고교 모두 난감한 상황. 솔로몬의 해법은 없을까.

○ B형 한 과목만으로도 상위권대 간다?

서울지역 상위권대 모임인 9개 대학 입학처장협의회는 수능 성적을 입시에 반영할 때 B형을 2과목씩 반영하기로 일찌감치 의견을 모았다. 인문계는 국어 B+수학 A+영어 B, 자연계는 국어 A+수학 B+영어 B를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대교협에 제출한 모집 요강은 이런 원칙을 감안해 만들었다. 대부분의 대학은 수능과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하는 정시모집의 경우 두 과목 이상 B형을 선택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수시모집의 요강을 애매하게 만들면서 혼란이 생겼다.

예를 들어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경희대는 수시의 최저학력기준으로 B형을 두 과목 이상 골라야 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다.

이화여대는 수시 일반선발에서 인문계는 최저학력기준을 ‘국어 B+수학 A+영어 B+탐구 중 2개 영역 등급 합이 4등급 이내’로 규정했다. 수험생이 △국어 B에서 1등급 △수학 A에서 1등급 △영어 A에서 2등급 △사회탐구에서 2등급을 받았다면 국어 B+수학 A의 성적으로 지원해도 합격이 가능하다. 국영수 중에서 B형을 두 과목 이상 넣어야 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4개 영역 중에서 2개 영역이라고 하면서 빚어지는 일이다.

연세대와 서강대는 일반선발, 이화여대와 경희대는 우선선발과 일반선발 모두 이런 허점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서울대와 한양대는 수시 최저학력기준에서 B형을 2개 과목이라고 지정했다.

○ 수정 안 하면 소송 가능성까지

일선 고교나 컨설팅 업체에서는 B형을 한 과목만 봐도 이들 대학에 지원 및 합격이 가능하다고 해석한다.

서울 A외고의 교감은 “입시요강의 표현만 놓고 보면 B형을 한 과목만 봐도 상위권대에 수시로 갈 수 있는 것 같았다. 대학에 문의하니 아니라고 해서 베테랑 교사도 헷갈린다”고 말했다. 서울 일반계 B고의 진학지도 교사는 “최저학력기준 등급만 충족하면 2개 영역을 쉬운 유형으로 봐도 되느냐고 묻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9개 대학 입학처장협의회는 뒤늦게 문제점을 깨닫고 대교협에 모집요강을 보완하겠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대교협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입시안을 지금 수정하기 어렵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조만간 홈페이지와 인쇄물에 넣을 입시요강에 보완 문구를 추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수험생 입장에서는 오해할 부분이 있다. 조만간 인쇄할 입시요강에 ‘인문계는 국어B 수학A 영어B, 자연계는 국어A 수학B 영어B를 응시해야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배영찬 한양대 입학처장은 “A형 두 과목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받은 수험생이 이들 대학에 지원했다가 불합격되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대교협이 유연성을 발휘해 입시요강을 보완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균·김도형 기자 foryou@donga.com
#상위권 대학교#수시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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