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연수]행복하지 않은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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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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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는 국토의 균형 발전이란 목적에서는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와 호주의 수도 캔버라를 참고했다. 브라질리아는 1960년 수도를 옮긴 직후에 ‘실패작’이라는 비판이 우세했으나 요즘은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다. 세종시는 도시건설 기법에서는 최근 지어진 말레이시아의 행정도시 푸트라자야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행정수도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거쳐 세종특별자치시가 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위헌 결정, 이명박 정부의 행정도시 백지화 선언 등이 대표적이다.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7개 정부 부처, 5000여 명의 공무원이 세종시로 옮겨갔지만 아직 자리를 못 잡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취임 이후 30여 일 가운데 6일만 세종시에서 근무했고,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열흘 남짓 동안 두 번 세종청사를 찾았다. 장관 차관들도 국무회의와 대통령 보고 등으로 서울에 상주하다시피 한다. 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출장비만 연간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청사 공무원들은 주변에 편의시설이 부족하다고 불편을 호소한다. 마침 발표된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세종시의 흡연 음주율이 가장 높았다. 세종시의 공무원들이 가족과 떨어져 사는 고독감에다 아내의 잔소리가 없으니 술 담배가 느는 것일까. 세종시의 별칭인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줄여서 행복도시라고 부르는데 세종시로 내려간 공무원들은 행복하지 않은 모양이다.

▷정부 청사가 서울 과천 세종 대전 네 군데로 나뉘어 있어 업무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중심의 국정 운영도 세종시의 정착을 방해한다. ‘2013 경제정책방향’이나 ‘4·1부동산종합대책’은 세종시에서 발표됐지만 해설은 청와대에서 했다. 오죽하면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게 기자들이 ‘또와(기자실에 또 오느냐는 의미) 수석’이란 별명을 붙였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맞서 행정도시 건설을 지지했다.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제를 실천하고 영상회의를 상례화하면 세종시의 안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세종시#업무효율성#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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