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들, 아내, 어머니와 함께 행사장에 나타난 레오는 선수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스타 가운데 스타였다. 남자선수들은 물론 여자선수들도 행사장에 입장하기 전 레오를 보자 모두 달려들었다. 스마트 폰이나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함께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레오는 일일이 이들의 요청을 들어줬다.
이날 레오가 입고 온 회색 양복은 삼성화재 김창수 사장의 선물이다. 삼성화재의 정규리그가 확정된 2월21일 김 사장은 레오에게 시가 150만원 상당의 맞춤 양복과 셔츠를 선물했다. 레오는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양복을 입어본 적이 없다. 신치용 감독이 함께 가서 골라줬다. 넥타이는 감독의 선물이었다. 구두도 발에 맞는 것이 없어 3월15일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때 감독이 레오를 데리고 이태원까지 함께 갔다. ‘신발을 사주면 그 신발을 신고 도망간다’는 속설도 있지만 삼성화재는 레오의 팀을 향한 충성을 믿기로 했다.
삼성화재는 이번 시즌 가빈의 공백을 메워주며 앞으로 팀의 몇 년을 책임질 레오를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프로선수는 계약에 따라 움직인다. 더 좋은 조건이 나타나면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이 용병들의 운명이지만 삼성화재는 레오를 단지 기량을 사오는 외국인 선수 이상의 가족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한국의 정(情)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팀에 어떤 역할을 하고 믿음을 가지는 것은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이 팀 분위기로 만든다”는 신 감독의 말처럼 삼성화재 선수들과 프런트는 마음으로 통하는 선물을 주면서 레오에게 오래 함께하자는 의사를 전했다. 세상일이야 누구도 모르지만 레오는 “감독님이 나를 내치지만 않으면 언제라도 함께 하겠다”고 화답했다. 다음 시즌 레오를 또 막아야 하는 다른 팀에는 가슴이 철렁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