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의 정성, 레오 마음 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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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4일 07시 00분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2012-2013 NH농협 V리그 시상식’에서 삼성화재 레오가 공격상, 득점상을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2012-2013 NH농협 V리그 시상식’에서 삼성화재 레오가 공격상, 득점상을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V리그 시상식 현장 리포트

김창수사장 150만원대 양복·신치용감독 넥타이 선물


V리그 시상식 최고의 스타는 삼성화재 레오였다.

어린 아들, 아내, 어머니와 함께 행사장에 나타난 레오는 선수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스타 가운데 스타였다. 남자선수들은 물론 여자선수들도 행사장에 입장하기 전 레오를 보자 모두 달려들었다. 스마트 폰이나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함께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레오는 일일이 이들의 요청을 들어줬다.

이날 레오가 입고 온 회색 양복은 삼성화재 김창수 사장의 선물이다. 삼성화재의 정규리그가 확정된 2월21일 김 사장은 레오에게 시가 150만원 상당의 맞춤 양복과 셔츠를 선물했다. 레오는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양복을 입어본 적이 없다. 신치용 감독이 함께 가서 골라줬다. 넥타이는 감독의 선물이었다. 구두도 발에 맞는 것이 없어 3월15일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때 감독이 레오를 데리고 이태원까지 함께 갔다. ‘신발을 사주면 그 신발을 신고 도망간다’는 속설도 있지만 삼성화재는 레오의 팀을 향한 충성을 믿기로 했다.

삼성화재는 이번 시즌 가빈의 공백을 메워주며 앞으로 팀의 몇 년을 책임질 레오를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프로선수는 계약에 따라 움직인다. 더 좋은 조건이 나타나면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이 용병들의 운명이지만 삼성화재는 레오를 단지 기량을 사오는 외국인 선수 이상의 가족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한국의 정(情)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팀에 어떤 역할을 하고 믿음을 가지는 것은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이 팀 분위기로 만든다”는 신 감독의 말처럼 삼성화재 선수들과 프런트는 마음으로 통하는 선물을 주면서 레오에게 오래 함께하자는 의사를 전했다. 세상일이야 누구도 모르지만 레오는 “감독님이 나를 내치지만 않으면 언제라도 함께 하겠다”고 화답했다. 다음 시즌 레오를 또 막아야 하는 다른 팀에는 가슴이 철렁한 말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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