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현 “‘인기의 온도’ 수직상승…얼떨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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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4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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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애의 온도’를 통해 연극무대에서 갈고 닦은 내공을 발휘한 김강현. 13년 만에 제대로 얼굴을 알릴 기회를 얻은 그는 ‘제2의 조정석’을 예고하며 대중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영화 ‘연애의 온도’를 통해 연극무대에서 갈고 닦은 내공을 발휘한 김강현. 13년 만에 제대로 얼굴을 알릴 기회를 얻은 그는 ‘제2의 조정석’을 예고하며 대중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대학로 무대 13년간 종횡무진…영화 ‘연애의 온도’ 박계장 역 김강현

2005년 시나리오 받고도 제작 미뤄진 영화
생계 위해 건설현장서 일할때 다시 콜 받아

‘튀고 싶지 않다’ 무표정 연기
관객들 호감
뜸했던 동창들이 연락하고 소속사도 찾고…
‘박계장’ 확 뜨니 주위 반응 크게 달라졌죠

어느 때부터인가, 대학로는 충무로에 ‘배우’를 수혈해주는 혈관과 같다.

조정석 이희준 김성균에 이어 대학로에서 출발한 또 한 명의 배우가 스크린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감각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 ‘연애의 온도’에 등장하는 김강현(36)이다. 주인공 이민기의 은행 후배 박계장 역의 그는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온갖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영화에 윤활유를 더했다.

“여자들 앞에서 제대로 말도 못하는 성격”을 고치려고 서울 대학로에 발을 들여놓은 때가 1999년. 이듬해 연극 ‘총각파티’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13년 만에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릴 기회를 잡았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군대까지 거의 10년 동안 남자들 세계에 있었다. 여자와 얘기할 기회가 없어 눈도 마주치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남자들끼리 있을 땐 달랐다. 군대에선 말을 재미있게 해서 고참들은 미팅할 때마다 나를 데려 갔지만…. 여자가 앞에 있으면 또 한 마디도 못하고. 부대 돌아와서 구박 받고.”(웃음)

제대하자마자 대학로를 찾았다. “무대에 서면 성격을 바꿀 수 있겠다”는 결심에서였다. 제대 직전 TV에서 본 안재욱의 뮤지컬 공연 모습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것도 이유가 됐다.

극단 청국장 소속으로 무대에 오르던 김강현이 ‘연애의 온도’를 만난 건 2005년 즈음. 당시 영화는 기획 단계였고 시나리오를 쓴 노덕 감독은 김강현에게 박계장 역을 제의했다. 김강현은 설레었다. 하지만 제작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다시 ‘콜’을 받은 건 지난해 8월 초. “지방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고 김강현은 돌이켰다.

“연극을 하면서 돈도 벌어야 하니까. 그땐 지방에서 일하느라 살도 많이 쪘다. 영화사에서 다시 연락해왔다. 내 외모가 좀 달라졌을 때였다.(웃음) 오디션 끝나고 나올 때 ‘살 빼고 만나자’는 말을 듣고 열흘 만에 10kg을 뺐다.”

배우 김강현. 사진제공|뱅가드 스튜디오
배우 김강현. 사진제공|뱅가드 스튜디오

대학로에서는 10년 넘게 주연을 맡으며 수십편의 연극을 해왔던 김강현이다. 하지만 영화는 달랐다. 촬영 전 김강현은 노덕 감독에게 말했다. “여기서 튀고 싶지 않다”고, “주인공들을 보조하는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그가 선택한 연기 방식의 결과는 영화를 본 관객 반응이 말해주고 있다. 주인공인 김민희, 이민기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사건을 만들고 또 해결하는 박계장은 이 영화를 본 관객이 가장 호감을 보이는 캐릭터다. 김강현은 “내가 왜 눈길을 끄는지 나도 궁금하다”며 웃었다.

영화가 인기를 더하면서 주위의 반응도 달라졌다. 연락이 뜸했던 동창들까지 부쩍 그를 찾는다. 매니지먼트사도 만났다. 절친한 친구인 배우 박해일의 소속사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김강현은 “나는 어디서든 (박)해일이 얘기 많이 해도 된다”며 둘 사이에 우정이 시작된 ‘과거’를 공개했다.

첫 만남은 1999년 대학로. 박해일은 극단 막내 단원으로 대학로 여기저기에 ‘불법’으로 공연 포스터를 붙이고 다녔다. 그때 김강현은 연극협회 소속 직원. 불법 포스터를 감시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벌써 13년째다.

“연극하는 친구들끼리 약속한 게 있다. 우리가 60이 돼서도 대학로에서 공연할 수 있기를…. 그 나이가 되면 누가 더 연기 잘 하는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대학로를 고향과 같은 곳으로 오랫동안 함께 간직하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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