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서울패션위크서 주목받은 ‘비욘드 클로젯’ 고태용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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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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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쇼로 팬 몰고 다닌 스타 디자이너 “서울 전체가 패션축제로 들썩거렸으면”

최근 젊은 디자이너 열풍을 몰고 있는 디자이너 고태용 씨. 자신의 브랜드 ‘비욘드 클로젯’으로 본격적인 미국 뉴욕 진출을 꿈꾸고 있다. 비욘드 클로젯 제공
최근 젊은 디자이너 열풍을 몰고 있는 디자이너 고태용 씨. 자신의 브랜드 ‘비욘드 클로젯’으로 본격적인 미국 뉴욕 진출을 꿈꾸고 있다. 비욘드 클로젯 제공
‘MLB’와 협업한 모자를 쓰고 ‘브라스파티’와 협업한 백팩을 메고 등장했다. 선글라스를 낀 디자이너 고태용 씨(32)는 얼핏 보면 그 자신이 모델 같다.

최근 가장 ‘핫’한 디자이너 중 하나로 꼽히는 그를 지난달 27일 서울패션위크 현장에서 만났다. 그는 최근 ‘디자이너의 셀러브리티화’ 흐름을 잇는 디자이너다. 요즘은 국내 디자이너들도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언론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MLB나 브라스파티 같은 브랜드들이 고태용에게 디자인 협업을 제의하는 이유다.

고태용은 그의 브랜드 ‘비욘드 클로젯’의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 컬렉션에서 퍼포먼스가 강한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 위의 모델들은 테이블에 앉아 신문을 보기도 하고, 대화도 나눴다.

그는 “카페에서 이리저리 생각하다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카페나 레스토랑 같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팩을 멘 모델이 자전거를 끌고 햄버거 가게의 문을 여는 오프닝이 눈길을 끌었다. 바이어나 프레스뿐 아니라 일반 관객이 몰려 쇼장 안팎이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그는 “패션위크는 바이어와 프레스를 위해 일반인 관람객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나 자신이 학생 때 서울패션위크를 보고 꿈을 키웠기에 꼭 일반인, 특히 학생들을 초청하고 싶다”며 “좀더 힘을 키워 나만의 넓은 장소를 찾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서 웃었다.

고태용은 서울패션위크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2008년 27세의 나이로 서울패션위크에서 데뷔했다. 유학파도 아니었고,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들과 특별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대학교 4학년 때 구경하러 간 서울패션위크에서 얻은 ‘컬렉션 디자이너’의 꿈만 가득했다. 그는 “3학년 때 의상학과로 편입한 늦깎이 학생이었다. 주변 교수님들이 ‘일단 패션회사에 취업해야지 컬렉션 디자이너는 아무나 되는 줄 아느냐’며 만류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꿈이 있는 그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단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에 지원을 하자마자 컬렉션에 선보일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직 ‘합격’ 통지서를 받기 한참 전이었다. 발표는 패션위크 기간 한 달 전에나 나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멋진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친구들이 이론을 공부할 때 직접 원단을 떼다 팔던 자신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번 돈을 탈탈 털었다. 컬렉션 의상을 만들고 모델을 기용하려면 3000만 원 이상 비용이 든다. 다행히 합격 통지서를 받아들고 최연소 디자이너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완성도 높은 의상 때문에 더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첫 컬렉션 의상들을 그냥 사장시키지 않고, 인터넷 카페와 쇼핑몰에서 팔았다”면서 “그 돈으로 다음 컬렉션 의상을 바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컬렉션 의상은 프레피룩 스타일. 그에게 명성을 안겨 준 스타일이다. 그로 인해 2009년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의상협찬을 맡게 된 것이다.

“서울패션위크 덕분에 꿈을 키웠고, 대중과 소통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어요. 서울시가 지원을 줄이고, 개최 장소가 분산되면서 서울패션위크에 대한 비판이 많아 아쉽습니다. 뉴욕이나 파리 패션위크에서는 아예 정부 지원이 없어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디자이너가 자비를 들여 멋진 장소를 빌리며, 그 기간에 백화점에서는 세일을 하는 등 도시 전체가 패션 축제의 장이 되죠. 힘들지만 우리도 앞으로 그렇게 됐으면 합니다.”

고태용은 최근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친정 같은 서울패션위크를 발판 삼아 9월에 열리는 2014년 봄여름 뉴욕패션위크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 편집매장에서 옷을 팔아 왔지만 본격적으로 데뷔를 마음먹었다. 국내 안경 편집매장 ‘옵티컬W’와 협업한 것을 계기로 호주 안경 브랜드 ‘르 스펙스’와 함께 디자인한 제품은 ‘탑샵’과 ‘어반아웃피터스’ 글로벌 매장에서 팔릴 예정이다.

그는 “이제 다시 2014년 봄여름 의상을 준비해야 한다”며 “꼭 뉴욕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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