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의 65세 정년을 따라가기 위한 조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3일 03시 00분


일본이 이달부터 ‘65세 정년’을 의무화하는 법 시행에 들어갔다. 기업은 60세 정년이 된 근로자가 희망하면 65세까지 고용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노사가 합의한 일정 기준에 따라 선별적으로 정년이 된 근로자를 재고용하는 방식이었다.

급속하게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들어가는 한국도 정년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베이비붐 세대는 노후 대비가 부족하고, 건강도 나쁘지 않아 충분히 일할 수 있는데도 55∼58세가 되면 일손을 놓아야 하는 현 정년제도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 60세 이후까지의 수입 공백기간도 문제다.

저출산으로 줄어드는 생산인력의 확보는 성장동력 유지를 위해 국가적으로도 꼭 필요하다. 일하는 노령층이 늘어나면 연금수급 개시 연령을 뒤로 늦출 수 있고, 그럴 경우 연금 재정도 충실해진다. 선진국도 고령화에 따른 복지비용 증가를 감당하지 못해 정년과 연금수급 연령을 계속 늦추고 있다.

하지만 일본처럼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부작용이 있다. 연공서열 임금체계에서 50대의 임금은 신입사원의 2∼3배에 이른다. 고임금 고령자가 많으면 기업의 생산성과 인건비에 큰 부담을 준다. 강제적인 정년 연장은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고용 유연화’와는 반대 방향이다.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이 근로자 개개인의 생산성을 고려해 임금을 조절하고, 자율적으로 재채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연공서열식 급여체계를 개선하고, 고령자를 많이 고용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고령층에 적합한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도 늘려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정년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일률적으로 정년 연장의 ‘의무’를 지울 것이 아니라 기업과 근로자가 재고용-재취업을 선호할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이다. 그래야 개별 기업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져 총소득과 총지출이 커지고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효과가 나타난다. 근로자와 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다.

평균수명 80.7세 시대로 접어든 고령화 사회에서 일하는 노인의 증가는 필연적 추세다. 직업 경력과 인생 경험이 풍부한 고령층이 생산 활동을 하면 보람도 있고 사회에 기여도 할 수 있다. ‘은발(銀髮)의 현역’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 고용 유연성에 대한 노사정(勞使政) 합의가 필요하다.
#일본#정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