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최고수 이세돌-구리 ‘천하통일 10번기’ 10월에 열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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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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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순회 10차례 대국’ 거의 성사단계기존전적 35전 17승1무17패 동률

중국과 일본에서 당대의 최고수들이 모든 것을 걸고 뒀다는 10번기(十番棋), 동갑 라이벌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의 10번기 첫 대국을 10월에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양국을 대표하는 두 기사 간의 10번기 이야기가 여러 차례 나왔다가 불발된 이후 이번에 거의 성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바둑계 소식통에 따르면 두 기사는 올해 10월부터 내년 5월까지 중국의 각 성을 돌면서 10번기를 갖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첫 대국 장소를 비롯한 세부 사항은 추후 협의를 통해 정해 나간다는 것.

동갑(30세)에 같은 해 입단(1995년)하고 현재 각각 자국 랭킹 1위인 두 기사 간의 10번기는 21세기 들어 최고의 정면승부. 대회 규모는 13억 원 정도. 이 중 상금이 7억 원으로, 먼저 6승을 거두는 기사가 모두 차지하는 ‘위너 테이크스 잇 올’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6억 원은 주관사인 중국 관영 중앙(CC)TV와 중국기원 등의 대회 주관비와 홍보비로 쓰인다는 것. 대회 스폰서는 수출을 많이 하는 중국 굴지의 가구회사.

10월에 첫 대국을 시작하는 이유는 1월에 결혼한 구리의 아내가 9월경 출산할 예정인데 홀가분한 마음으로 바둑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해 그리 된 것으로 전해졌다.

10번기가 급진전을 이룬 것은 지난달 20일 중국 장시(江西) 성 징더전(景德鎭) 시에서 열린 이벤트 대국(천신약업배 한중정상 기념대국) 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대국에서는 이세돌이 승리했다. 대국 전날인 19일 만찬장에는 류쓰밍(劉思明) 중국기원 원장, 국가바둑대표팀 지도자 화쉐밍(華學明) 7단, 특별 초청된 류샤오광(劉小光) 9단, 그리고 차오슝타이(曹雄泰) 징더전 시 서기, 그리고 이창호 9단의 동생 영호 씨 등이 함께 자리했다.

당시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구리는 “이세돌과 만나면 항상 격렬하게 싸운다. 다음에는 더 활기 넘치는 대결을 팬들에게 선사하겠다”고, 이세돌은 “대국할 때는 최고의 라이벌, 인생에서는 친한 친구”라고 말했다.

두 기사의 상대전적은 한국기원 공식 기록으로는 이세돌이 33전 15승 1무 17패. 하지만 징더전에서의 이벤트 대국 등을 포함하면 35전 17승 1무 17패로 딱 동률이다.

:: 10번기 ::


바둑의 발상지인 중국의 송(宋) 명(明) 청(淸) 왕조 때 두었다. 청나라 때 국수인 황룡사(黃龍士)와 친구인 서성우(徐星友) 간의 ‘혈루십국(血淚十局)’이 유명하다. 이후 역시 청나라 때 범서병(範西屛)과 시양하(施襄夏) 간에 저장(浙江) 성 당호(當湖)에서 둔 ‘당호십국’은 기보가 전해 내려온다. 근대에는 일본의 치수고치기 10번기가 유명하다. ‘살아있는 기성’으로 불리는 중국의 우칭위안(吳淸原) 선생이 1939∼1954년 일본에서 11차례에 걸쳐 뒀다. 기타니 미노루(木谷實), 하시모토 우타로(橋本宇太郞), 이와모토 가오루(岩本薰), 사카타 에이오(坂田榮南), 다카가와 가쿠(高川格) 등 당대 고수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이세돌#구리#천하통일 10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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