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가와 감상자, 눈높이를 맞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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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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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센터 ‘나의 벗 나의 애장품’ 전

화가 김종학 씨의 소장품인 쌀 탈곡기는 빼어난 조형미를 보여준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화가 김종학 씨의 소장품인 쌀 탈곡기는 빼어난 조형미를 보여준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묵직한 연륜이 느껴지는 쌀 탈곡기가 갤러리에 자리 잡고 있다. 낡은 탈곡기의 주인인 원로화가 김종학 씨는 “여느 조각가의 작품보다도 조형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해 소장하게 됐다”고 말한다. 미술애호가 이가원 씨는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의 그림을 아끼는 작품으로 소개했다. 그는 “깊이 생각해 결정할 일이 있을 때 두 그림 사이를 오가며 소정의 선처럼 날카로운 결단을 내릴지, 평온한 청전의 그림처럼 신중하게 더 두고 봐야 할지를 고민한다”고 들려준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가 기획한 ‘나의 벗 나의 애장품’전을 통해 미술 컬렉터 50여 명의 소장품 70여 점이 바깥 나들이를 했다. 1983년 서울 인사동 가나화랑으로 출발한 가나아트가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아 준비했다. 고미술부터 손때 묻은 생활 기물들, 근현대 회화와 해외 미술품까지 수집가의 높은 안목을 보여주는 작품이 즐비하다.

연암 박지원은 ‘필세설’에서 서화고동(書畵古董)을 돈으로 모으는 수장가와 눈으로 즐기는 감상가 둘로 분류했다. 예나 지금이나 미술품 소장은 경제적 여유와 작품을 볼 줄 아는 안목이 같이 가야 하는데 아직 우리 사회에선 이를 치부(致富)의 방편으로 보는 부정적 인식이 존재한다. 그래선지 컬렉터를 실명 대신 ‘개인소장’으로만 공개한 경우도 있다.

컬렉터의 취향과 문화적 소양, 추억이 담긴 개인 컬렉션을 공공이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드문 기회다. 14일까지. 3000∼5000원. 02-720-102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나의 벗 나의 애장품#가나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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