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김현진]소산당과 완판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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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산업부 기자
김현진 산업부 기자
‘뚜∼.’

전화 연결음이 딱 한 번 울렸다. 박윤주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수신지는 누비 전문 브랜드 ‘소산당’. 지난달 ‘박근혜 지갑’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바로 그 업체다.

박근혜 대통령이 우연히 꺼낸 지갑 끝에 붙어 있던 상표를 확인하기 위해 가장 먼저 전화를 건 기자에게 박 대표는 “정말 대통령이 우리 지갑을 갖고 계신 게 맞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그리고 본보 기사가 나간 날 아침, ‘소산당’은 단숨에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신호음 한두 번 만에 전화가 연결되던 소산당 사무실과 박 대표의 휴대전화는 이후 한동안 수십 번은 걸어야 연결될까 말까 할 정도로 통화량이 집중됐다.

이때부터 박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완판녀’로 통하기 시작했다. 입고 걸친 모습이 노출되면, 제품이 모두 품절된다는 의미의 패션업계 용어로 보통 인기 연예인들에게 붙는 별명이다.

패션업체 마케팅 담당자들 역시 “불황에 대처할 유일한 방법은 이제 대통령 마케팅뿐”이라는 얘기를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눴다.

그사이 ‘완판녀 박근혜’ 마케팅은 이미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한 중견 패션업체는 발 빠르게 ‘캐주던트(캐주얼+프레지던트)’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대통령 패션을 중년 여성들에게 제안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의 패션은 특히 이렇다 할 ‘스타일 롤모델’이 없는 중년 여성 사이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날씬하고, 젊어 보이고, 무엇보다 권력을 쥔 ‘파워 우먼’의 이미지를 중년 여성이 따라하고 싶어 한다는 게 패션계의 해석이다.

대통령 패션에 대한 관심은 이처럼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대통령 본인은 굳이 무엇을 입고 걸치는지 드러내는 걸 꺼리는 듯하다. 국내에서 정재계 인사가 패션감각을 강조해봤자, 구설수에나 오르고 말았던 과거 사례를 의식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만난 레이디 가가의 스타일리스트 니콜라 포르미케티는 “미셸 오바마 여사가 미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줬듯, 유명인의 한마디가 패션업계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한 한 국내 디자이너 역시 “대통령이 한국 패션을 알리는 ‘패션 전도사’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K패션(한국패션)’이 세계로 비상하려는 이 시기에 마침 우리나라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사실은 좋은 기회일지 모른다.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여성 패션은 남성에 비해 단연 상업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할 일도 많은데 패션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스타일에서만큼은 자신을 롤모델로 여기는 ‘지지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대통령이기에 앞서 한 여성으로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김현진 산업부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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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산당#박근혜 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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