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진짜 농부, 밀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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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 송아지의 탄생, 1864년.
밀레, 송아지의 탄생, 1864년.
이 그림은 19세기 프랑스 화가인 장 프랑수아 밀레가 그린 것이다. ‘만종’의 화가로 널리 알려진 밀레는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화가이며 세상에서 가장 많이 복제된 그림의 원작자로도 유명하다.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밀레의 대표작인 ‘이삭줍기’와 ‘양치기 소녀’의 복제화는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밀레의 그림은 왜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것일까.

현대인들의 마음의 고향인 농촌생활과 농부들의 삶, 땅의 섭리를 가장 솔직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밀레의 농촌화는 그 시절 유행하던 농부를 이상적으로 미화한, 또는 농사일을 미덕으로 찬미한 목가적이거나 교훈적인 농촌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밀레가 그린 농촌과 농부는 실재하는 농촌이며 농부다.

이는 “나는 진짜 농부입니다… 나는 파리의 사람처럼 우아하게 절을 하는 사람이 아니며 파리의 응접실을 장식하는 예술가도 아닙니다. 나는 농부로 태어났고 농부로 죽을 겁니다. 나는 언제까지나 땅에 머무를 겁니다”라는 밀레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하긴 밀레가 진짜 농부가 아니라면 암소가 송아지를 순산하는 일이 농촌에 얼마나 중요한 행사인지, 농부들이 왜 자식처럼 소를 아끼는지, 소가 농가에 얼마나 큰 재산인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보라! 가축인 송아지는 상전처럼 건초방석이 깔린 들것 가마를 타고 가는데 인간인 농부들은 가마꾼이 되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앞으로 떼고 있다.

대문 바깥에서 마당으로 쏟아지는 환한 햇살이 들것에 탄 송아지와 담장 위에 돋아난 초록색 풀잎과 들꽃 위에서 반짝거린다. 찬란한 햇살 가마를 타고 가는 저 갓난 송아지가 세상을 어두컴컴하게만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호강시켜 주는구나.

이명옥
#밀레#만종#송아지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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