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中어선, 단속반 뜨자 도주… 철판성벽 쌓고 저항

  • Array
  • 입력 2013년 4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 날로 진화하는 서해 불법조업

바다위에 성처럼… 불법조업 중국어선들이 단속반원들이 자신들의 배에 오를 수 없도록 파란 철판을 배 주위에 설치했다. 서해어업관리단 제공
바다위에 성처럼… 불법조업 중국어선들이 단속반원들이 자신들의 배에 오를 수 없도록 파란 철판을 배 주위에 설치했다. 서해어업관리단 제공
지난달 7일 오후 5시 반.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북쪽 100km 해상.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 무궁화2호 진이동 선장(54·5급)은 북서쪽으로 18km 떨어진 해상에서 중국 어선들이 떼를 지어 조업하는 장면을 레이더로 포착했다. 당시 무궁화2호는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남쪽에서 북쪽으로 항해하던 중이었다.

진 선장은 레이더에 포착된 중국 어선들이 불법조업을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배를 최고 속력인 시속 30km로 항해시켰다. 무궁화2호는 30분 만에 중국어선 30여 척이 불법조업을 하던 홍도 북서쪽 112km 해상에 도착했다.

무궁화2호에서 단속용 고속단정을 내리자 중국어선 30여 척은 불법조업을 중단하고 서둘러 중국 측 EEZ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궁화2호 가까이 있던 35t급 중국어선 요단어 26022호와 노영어 55915호 등 2척의 선원들은 도주를 포기한 채 길이 2.4m, 높이 1.4m 크기 파란색 철판을 병풍처럼 배 둘레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단속 경찰이 자신들의 배에 오를 수 없도록 철판으로 장막을 설치하는 것이다.

무궁화2호 고속단정 단속반원 9명은 중국 선원들이 철판을 다 설치하기 전에 어선주변에 도착해 다행히 배에 오를 수 있었다. 무궁화2호가 최신 선박이어서 고속운항이 가능하고 단속반원이 재빨리 움직였기 때문이다. 무궁화2호는 요단어 26022호와 노영어 55915호가 조기 0.2t을 불법으로 잡은 것을 확인하고 담보금 1억3000만 원과 1억 원을 각각 부과했다.

이들이 배를 빙 둘러 철판을 설치하면 성벽처럼 높고 미끄러운 장벽이 생겨 단속 반원들이 배에 오를 수 없게 된다. 고속단정은 높이가 60cm이지만 불법조업 중국어선은 선체 높이 1.5m에 철판 1.4m가 더해져 3m 높이의 성벽이 되기 때문이다.

최수영 무궁화2호 고속단정 단속팀장(40)은 “단속에 적발된 중국어선에는 척당 30여 개의 철판이 일련번호까지 적혀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들이 사전에 일사불란하게 철판 장벽을 세우는 연습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조업 중국 어선들은 단속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배 가장자리에 철판 성벽을 쌓는 신종 수법을 쓰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선체에 쇠꼬챙이를 장착해 단속을 저지하는 수법이 유행했다. 당시 우리 측 고속단정은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에 고무 에어튜브를 두른 형태여서 쇠꼬챙이가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을 찔려도 터지지 않는 형태로 바뀌면서 쇠꼬챙이가 무력해지자 철판 성벽을 고안해 낸 것이다. 철판성벽과 쇠꼬챙이를 동시에 설치한 배도 있다. 일부는 어선 뒤쪽에 승선 방해용 어망을 설치하기도 한다.

이처럼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의 저항 수법이 날로 진화하면서 서해어업관리단과 해경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어업관리단 측은 철판 성벽에 등산용 갈고리를 걸어 뜯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해어업관리단 관계자는 “최근에는 불법조업 중국 어선들이 그물코 크기가 4cm에 불과한 불법그물을 많이 사용하면서 치어를 싹쓸이해 어족자원 고갈위기가 더 커지고 있다”며 “어떤 신종 수법이 나오더라도 적절한 대응방안을 모색해 우리의 바다를 지켜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해어업관리단은 2010년 60척, 2011년 172척, 2012년 167척, 올해 67척의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나포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불법조업#철판성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