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TALK!베이스볼] 캐치볼도 돌직구…오승환이 사람 잡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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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일 07시 00분


구심의 “플레이볼” 소리가 봄을 알립니다. 지난 주말 드디어 프로야구가 개막했습니다. 겨우내 웅크렸던 야구팬들은 기지개를 켜고, 야구장에서 묵힌 함성을 토해냅니다. 선수들도 오랜만에 화려한 무대 위에서 경기를 펼칩니다. 개막 2연전. 과연 무대 뒤에선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었을까요. 그 사연들을 펼쳐봅니다.

‘짠돌이’ 프런트 때문에 감독만 속 타는 A구단

○…지난해 겨울 당장 투수가 급한 A구단이 B구단에 C선수의 트레이드를 요청했습니다. 즉시 전력감으로 쓸 수 있는 투수였지만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얘기는 나쁘지 않게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현금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오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A구단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B구단이 제안한 돈이 너무 많다고 판단한 까닭인지, 금액 협상 때 갑자기 제동을 걸었거든요. 더 받아도 모자라지만 좋은 마음으로 선수를 내주려고 했던 B구단은 A구단의 적반하장 태도에 만정이 떨어졌습니다. A구단의 주머니 사정이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B구단이었기에 더욱 그랬죠. 그렇게 트레이드 얘기는 흐지부지됐습니다. 그런데 현장의 마음은 달랐습니다. 팀 마운드 사정이 너무 좋지 않아 C선수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A구단 감독은 지난달 시범경기까지 이번 트레이드를 어떻게든 성사시키려고 끝까지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투자해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든 돈을 안 써보려고 아등바등하는 구단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였습니다.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에게 총도 쥐어주지 않고 맨손으로 싸우라고 한 A구단 프런트는 과연 앞이 내다보이는 결과의 책임을 누구에게 전가할까요.

오승환과 캐치볼 하다 꽁무니 뺀 로드리게스

○…삼성 새 외국인투수 아네우리 로드리게스는 ‘돌부처’ 오승환의 캐치볼 파트너로 나섰다가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투수들이 보통 몸을 풀기 위해 캐치볼을 할 때면 둘이 마주 서서 천천히 공을 주고받게 마련인데요. 마운드 위에서 거침없이 돌직구를 뿌리는 오승환은 캐치볼을 할 때도 천천히 던지는 법이 없습니다. 상대가 20m 앞에 있든, 10m 앞에 있든 전력투구를 하거든요. 지난달 31일 대구구장에서 두산전을 앞두고 훈련할 때 오승환과 캐치볼 파트너가 된 로드리게스는 처음엔 여유로운 표정으로 나섰습니다. 그런데 얼굴이 점차 하얗게 변해가더군요. 얼굴 앞으로 총알 같은 돌직구가 거침없이 날아들었기 때문인데요. 폭발음을 내며 공이 글러브에 박히자 나중엔 오승환이 공을 던지면 아예 엉덩이를 뺀 채 글러브만 갖다대 웃음을 자아냈어요. 마치 동네 야구 동호인이 프로야구선수의 공을 받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른 투수들도 사실 오승환과 캐치볼을 할 때면 긴장을 하거든요. 로드리게스는 캐치볼이 끝난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돌직구의 위력을 실감한 로드리게스가 다음에도 캐치볼 파트너로 나설지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선동열 감독의 벨소리는? 유 아 마이 ‘선’샤인∼

○…어디선가 귀에 익숙한 음악이 들려왔어요. “You are my sunshine∼, my only sunshine∼.” 알고 보니 휴대폰 벨소리였습니다. 주변에서 주인이 누군지 궁금해하고 있을 때, KIA 선동열 감독이 슬그머니 휴대폰을 꺼내듭니다. 통화가 끝나자 주변에선 “어울린다, 듣기 좋다”는 폭발적 반응이 쏟아졌어요. ‘선’ 감독은 현역 시절 ‘국보’, ‘무등산 폭격기’, ‘나고야의 태양’ 등으로 불렸잖아요. 선 감독은 쑥스러운지 “응원단장이 이게 제일 좋다고 해줬는데, 이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슬쩍 말꼬리를 흐리더군요. 곁에 있던 이들이 “딱 어울린다. 벨소리 바꾸지 말고, 그냥 두라”고 하자, 그제야 “정말이냐”고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KIA는 올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어요. 선 감독도 미디어데이에서 “일 한번 저지르겠다”고 할 만큼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선 감독의 ‘태양 벨소리’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았습니다.

만루 기회만 3번…박종윤의 ‘운수 좋은’ 개막전

○…롯데 박종윤은 30일 한화와의 사직 개막전에서 죽다 살아났습니다. 1경기에 3차례나 만루 찬스를 맞는 기이한 경험을 한 때문이었죠. 4회 첫 번째 만루서 초구를 건드려 2루수 앞 병살타로 물러나더니, 6회 두 번째 만루선 포수 파울플라이 아웃됐습니다. ‘멘붕’이 왔는지 8회 선두타자로 나서서는 삼진을 당했고요. 역적이 되나 했는데, 5-5 동점을 이룬 9회말 1사 만루서 또 타석이 돌아왔습니다. 김시진 감독은 대타를 쓰지 않았고, 이번엔 끝내기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믿음에 보답했죠. 그런데 정작 집에 돌아가서 박종윤은 “왜 진작 못 쳐서 가족들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느냐?”고 부인에게 혼이 났답니다. 더 재미있는 건 박종윤이 “원래 끝내기 상황에서 그런 큰 타구 나오면 안 잡는 것 아니에요?”라며 끝내기 안타가 아니라서 섭섭해한 사실인데요. 하지만 알고 보니 개막전 끝내기 희생플라이는 박종윤이 역대 1호랍니다. 오히려 한화 중견수 정현석이 잡아준 덕분(?)에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 셈이죠.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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