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사과와인 ‘상떼마루’ 전세계 누빌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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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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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호 영주와인 대표 “글로벌 FTA가 절호의 찬스”… 정부-지자체-학계 향토산업프로젝트 결실

손성호 영주와인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상떼마루 아이스 와인을 마시고 있다. 손 대표는 인터뷰를 위해 이날 오전 경북 영주시 풍기읍
본사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에 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손성호 영주와인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상떼마루 아이스 와인을 마시고 있다. 손 대표는 인터뷰를 위해 이날 오전 경북 영주시 풍기읍 본사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에 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뭔가 맛이 다르다!”

5년 전 손성호 영주와인 대표(55)는 경북 영주시 특산물 중 하나인 사과로 와인을 만들었다. 소주를 즐겨 마시던 손 대표가 와인을 만든 것에 대해 지인들은 의아해했다. 모두들 포도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된 시음회에서 “이게 뭐냐”고 손 대표에게 되물었다. 포도 와인과 사과 와인 중 더 맛있는 것으로 대부분 사과 와인을 고른 것. 와인 전문가, 소믈리에 등도 “무겁지 않고 신선하다” “포도 와인에선 느낄 수 없는 맛이다”라고 호평했다.

○ 정부-지자체-학계가 뭉쳤다

연구개발만 4년이 걸렸다. 1월 그가 내놓은 와인 ‘상떼마루’는 다른 첨가물 없이 100% 영주사과로 만든 와인이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영주시), 학계가 공동으로 참여한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지난달 26일 오전 상떼마루를 파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손 대표는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우리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FTA 시대를 맞아 싸고 다양한 농산물이 해외로부터 밀려왔죠.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쌓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연간 240t의 와인을 만드는 데 500t의 사과를 소비합니다. 사과 와인 제품을 일본이나 유럽 등에 수출할 수도 있고요.”

영주 와인 프로젝트는 2008년 12월 정부의 ‘향토산업육성사업’에서 1등으로 선정됐다. 지원금 38억 원을 받은 손 대표는 곧바로 와인 개발에 뛰어들었다. 알코올을 만드는 데 필요한 효모는 2002년 그가 세운 식물 복제 벤처기업 ‘비트로시스’의 기술을 통해 얻기로 했다.

순조롭게 일이 풀리는 듯했지만 난관에 빠졌다. 1년 반 동안 개발했는데 텁텁한 맛이 났다. 달콤한 맛을 내기 위해 넣은 설탕 때문이었다. “이대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한 손 대표는 모든 와인을 폐기하고 ‘100% 과즙’ 전략으로 바꿨다. ‘건강’을 뜻하는 프랑스어 ‘상테(sant´e)’와 ‘정상’을 뜻하는 순 우리말 ‘마루’로 와인 이름을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고온에서 과즙을 농축하면 신선한 맛이 나지 않아 ‘20도 저온 고압 탱크’를 들여오는 등 자비 15억 원을 들여 연간 240t 생산 규모의 공장과 저장 공간을 만들었다.

○ 우리 농산물의 부가가치 높이는 것이 목표

4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나온 ‘드라이 와인’(3만5000원)과 ‘아이스 와인’(7만 원) 등 상떼마루 와인 2종은 현재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과 서울 시내 카페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영주시를 찾은 관광객에게 공장 견학, 시음회 등의 행사를 통해 알릴 계획이다. 손 대표는 “올해 20만 병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사과 와인의 성공 확률을 낮게 보기도 한다. 지금의 와인 시장은 포도주 위주일뿐더러 와인을 주로 소비하는 30, 40대가 유럽산, 미국산, 칠레산 등 해외 와인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백화점, 면세점 등을 통해 고급화 전략을 세워 시장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경북대 농대(임학 전공)를 졸업한 손 대표는 산림청 생물공학과장, 식물보존과장 등을 지냈다. 10년 전부터는 동양대 생명화학공학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공무원, 교수, 벤처기업 대표로 살던 그가 와인 사업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선 뜯어 말렸다. 그래도 밀어붙인 이유는 자녀 때문이다.

“우리 애가 스마트폰으로 수입 와인의 바코드를 찍어본 뒤 값이 비싼 것을 보고 ‘이거 좋은 와인이다’라고 하더군요. 그건 고정관념이에요. 세계적으로 포도 와인이 전체 와인의 97%인 것을 감안하면 사과 와인, 특히 우리 농산물로 만든 와인은 그 자체가 새로워 오히려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영주와인#상떼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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