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원하는 앱 만들어 드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3월 ‘도돌런처’ 내놓은 캠프모바일… ‘사만다’ 프로젝트로 사용자 욕구 파악
“1억명 이상 쓰는 글로벌 앱 제작 목표”

고교생 우리아이, 어떤 폰 쓰고 싶어할까? 아이폰(왼쪽)과 안드로이드폰의 시작화면. 아이폰은 사용자가 아이콘의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지만, 안드로이드폰은 아이콘의 배열과 디자인 등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어 10대들 사이에서 아이폰보다 훨씬 인기를 끈다.
고교생 우리아이, 어떤 폰 쓰고 싶어할까? 아이폰(왼쪽)과 안드로이드폰의 시작화면. 아이폰은 사용자가 아이콘의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지만, 안드로이드폰은 아이콘의 배열과 디자인 등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어 10대들 사이에서 아이폰보다 훨씬 인기를 끈다.
그들은 스스로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라고 생각했다. 2009년 말 애플 ‘아이폰’이 처음 나오자 곧바로 아이폰을 사 스마트폰 시장에 적응했고, 인터넷이라면 국내 최고라고 자부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지난해 9월 시장조사를 하는데 한 여고생이 ‘미안해요’라고 머뭇거리면서 자기 아이폰을 내밀더라고요.”

이람 캠프모바일 대표의 말이다. 그는 지금은 SK커뮤니케이션즈가 된 싸이월드 출신으로 ‘미니홈피’ 서비스를 만든 기획자다. 이후 NHN으로 자리를 옮겨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고, 지금은 NHN의 출자회사인 캠프모바일 대표가 됐다.

이 대표는 NHN에 몸담고 있을 때 한 여고에서 학생들이 어떤 앱(응용프로그램)을 많이 쓰고, 무슨 용도로 활용하는지 조사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아이폰을 갖고 있어서 미안하다니. 영문을 몰라 물었더니 이 학생은 “다른 친구들은 안드로이드폰으로 앱도 많이 쓰고, 할 얘기도 많은데 제 폰은 아이폰이라 별로 드릴 말씀이 없어서…”라며 말을 흐렸다.

이 대표에겐 깨달음의 순간이었다. 세상은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이 점령했는데, 정작 IT 전문가라는 자신은 아이폰에 갇혀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은 스티브 잡스가 멋있어 보여 아이폰을 썼지만 학생들과 스마트폰에 덜 익숙한 일반인들은 모두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의 안드로이드폰을 썼다.

그래서 모바일만 전담하는 회사를 만들어 NHN과 완전히 떼어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월 6일 캠프모바일이 생겼다. 150명이 NHN을 떠나 캠프모바일로 옮겨왔다. 퇴직금까지 모두 정산하고는 “건너온 다리를 불태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처음 직원을 모집할 때 ‘복리후생’의 ‘복’자라도 꺼내면 ‘네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다’며 돌려보냈다”고 했다. 냉정해 보일 수 있지만 편하게 일하려는 사람은 필요 없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지난달 26일 캠프모바일은 ‘도돌런처’라는 스마트폰 앱을 내놓았다. 런처는 스마트폰의 첫 화면을 만들고 앱을 선택하게 도와주는 ‘앱을 시작하는 앱’이다. 이걸 바꾸면 화면 속 아이콘과 디자인도 맘대로 바꿀 수 있다. 밋밋한 기본 런처와 달리 스마트폰을 개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캠프모바일은 이를 위해 ‘사만다’(사용자를 만나러 갑니다)라는 프로젝트를 벌인다. 소비자가 필요한 게 뭔지 알아내기 위한 대면 시장조사다. ‘캠프’라 불리는 크고 작은 다양한 팀이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캠프파이어’라 부르는 전체회의에서는 이런 아이디어 중 어떤 것을 제품화할지 정한다. 결정되면 실제 제품화까지 걸리는 시간은 2, 3개월에 불과하다.

이렇게 만든 도돌런처는 일주일도 안 돼 1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네이버에서라면 의미 없는 작은 숫자였겠지만 캠프모바일 직원 15명이 한 달 반 만에 만든 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성공이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도 NHN재팬의 ‘라인’이나 카카오의 ‘카카오톡’이 세계에서 사용자 1억 명을 모으는 걸 보면서 글로벌하게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1억 명 이상이 쓰는 글로벌 앱을 만드는 게 캠프모바일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아이폰#안드로이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