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진하는 공기업]한국석유관리원, 석유수급 전산화로 가짜 석유 유통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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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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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4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 오아시스 주유소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죽고 1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세차장 지하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지하에서 보관하고 있던 가짜 석유에서 나온 유증기가 원인이었다. 그리고 채 보름이 지나지 않은 10월 6일 이번에는 경기 화성시의 기양주유소에서 똑같은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가진 단속반원들이 현장 확인에 나섰다. 이들은 가짜 석유가 원인임을 직감했다. 현장을 찾자마자 지하 비밀 탱크와 불법 시설물을 단번에 찾아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이 사건을 계기로 기존의 점검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점검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석유관리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능적인 가짜 석유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선 것은 2011년 7월 강승철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특히 두 차례의 사고가 일어난 뒤에는 아예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겠다는 의지를 갖고 현장 점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석유관리원은 당시 석유 유통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있는 일선 주유소만을 반복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으로 점검을 했다. 30여 년간 해오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해온 것이다. 또 석유관리원은 석유 유통시장을 단속, 점검하는 기관이면서도 시설물을 점검할 수 있는 권한조차 갖고 있지 못했다. 강 이사장은 독자 단속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그 결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 등 단속 권한을 강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단속, 점검활동도 실질적으로 바뀌었다. 가짜 석유 유통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가짜 석유의 원료인 용제 자체의 유통을 막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보다 강화된 단속활동을 펴기로 결정했다. 결국 석유관리원의 전 직원이 나서 가짜 석유 용제 유통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매일 용제의 흐름을 파악하고 실제 사용하는 사람까지 정상적으로 유통되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가끔은 잠복과 추적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약 1조 원대, 900억 원대의 가짜 석유 제조 조직 2개를 적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석유관리원은 석유와 관련한 범죄를 완전히 근절하기 위한 ‘석유제품 수급보고 전산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가짜 석유용 용제 수급이 여의치 않자 업자들의 수법이 더욱 지능화함에 따라 더 깐깐한 관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새로 적용되는 전산시스템은 기존 한달에 한 번 손으로 써서 제출했던 석유 수급 보고를 전산화해 하루에 한 번씩 보고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석유관리원은 이를 위해 총 142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2014년 하반기쯤 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했다.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이 체계가 자리잡을 경우 가짜 석유를 비롯해 무자료 거래, 보조금 부정 수급 등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돼 1조9800억여 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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