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에 낙마”…김종훈, 워싱턴포스트에 격정 기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일 0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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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국적 논란 등으로 사임한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31일(현지시간) 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실린 기고문에서 "조국에서 나는 (미국) 스파이였고, 나의 아내는 매매춘 연루자였다"며 자신의 낙마에 대해 서운함을 표했다.

김 전 내정자는 '새로운 세상의 오래된 편견'(Old prejudices in new world)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현재 (한국의) 정치적 환경과 기업 환경에서는 '아웃사이더(outsider)'인 내가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게 명백해졌다"며 사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단 한 번도 정치에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내가 그런 (장관직을 수락한) 결정을 한 것은 좀 순진했다"면서 "정·관·재계에서 변화에 저항하는 세력들은 주로 내 국적을 문제 삼아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마녀사냥'(witch hunt)에 비유할 수밖에 없는 독기서린 공격은 인터넷은 물론 주류 언론 매체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예를 들면 나는 스파이였고, 내 아내는 매매춘에 연루됐다는 식의 중상모략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 전 내정자는 또한 "미국 이민자로서의 내 인생은 14세에 시작됐다"면서 자신의 '아메리칸 드림'을 소개했다.

그는 "어린 시절 집안사정이 어려웠고 언어와 문화적인 장벽에 직면했으나 다른 이민자들처럼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그 결과 대학 졸업 이후 성공 가도를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문위원직을 자랑스럽게 맡았으나 이 자리는 결국 조국인 대한민국에서 장관직 내정 후 갖가지 소문을 만들어 내는 단초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 전 내정자는 "미국에 대한 나의 사랑은 깊고 강하기 때문에 이런 미국의 축복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고, 이는 이 나라에 봉사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라면서 "그러나 나는 내가 태어난 나라도 항상 사랑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아시아의 호랑이'로 고속성장한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면서도 "한국의 10대 재벌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하지만 이들의 고용 규모는 전체의 6%에도 못 미치는 등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이 가격경쟁력 유지 등을 위해 생산시설을 외국으로 옮기고 있고, 대학 졸업자 실업률이 지나치게 높고, 중국과 인도 등 이웃국가들의 부상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내정자는 "21세기에 가장 성공하는 국가와 경제는 국적과 관련된 오랜 편견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출생지에 관계없이 능력 있는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이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이민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한국도 그런 나라가 되겠지만 새 부처(미래창조과학부)는 그런 길을 닦는데 핵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나의 아픈 경험이 이를 위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채널A 영상]김종훈 전 미래부 내정자 “마녀사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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