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조작 은폐… 美 스타 교육감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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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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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학교 학업향상 신화, 알고보니 조직적 부정… 유죄땐 45년형

‘미국 최고 교육감에서 45년 감옥행으로.’

만년 꼴찌권을 맴돌던 애틀랜타 공립학교 학생들의 성적을 크게 향상시켜 한때 ‘미국 교육계의 신화’로 칭송받던 베벌리 홀 전 애틀랜타 교육감(65·사진)이 지난달 29일 성적 조작 혐의로 조지아 주 검찰에 기소되면서 일순간에 추락했다. 홀 교육감과 함께 34명의 애틀랜타 교장, 교사도 함께 기소됐다. 이들에게는 성적 조작과 관련된 조직범죄 공갈 절도 위증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홀 전 교육감은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45년의 징역형을 받게 돼 감옥에서 여생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애틀랜타저널콘스티튜션(AJC)은 지난달 30일 전했다.

2009년 미국교육감협회가 ‘올해의 교육감’으로 선정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던 홀 전 교육감은 자메이카 이민자라는 핸디캡을 안고 뉴욕과 뉴저지의 교육환경이 좋지 못한 지역의 교육감을 맡아 성적 상승을 이뤄내면서 1999년 애틀랜타 교육감으로 스카우트됐다. 그는 흑인 인구가 많은 애틀랜타 공립학교들의 성적을 향상시켜 다른 도심지역 학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성적 향상 폭이 너무 큰 것에 대해 의문을 품은 애틀랜타 지역 언론들이 2008년부터 특별취재를 개시했고 2011년 주정부 특별조사에서 만성적인 성적 조작이 이뤄져 온 사실이 드러났다. 홀 전 교육감은 곧바로 사임했지만 “성적 조작은 모르는 일”이라고 계속 부인해왔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기소 사실을 밝히는 기자회견에 피해 학생들을 직접 데리고 나와 “교사들은 시험 시간에 대놓고 학생들에게 오답을 고치라고 알려주는가 하면 시험 채점 때 조직적으로 성적을 조작했다”고 밝혔다. 또 “오답 수정을 거부하는 학생들의 성적은 일부러 낮추고 성적 조작 사실을 고발한 학생들을 퇴학시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교육사에 가장 치욕스러운 오점을 남긴 이번 스캔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2년 ‘낙제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을 제정하면서 교사 직무평가와 학교예산 지원을 학생 성적과 연계시킨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교사들은 높은 평점과 보너스, 지원예산을 타내기 위해 성적 조작에 가담했고 홀 전 교육감은 이 같은 부정행위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교육감#성적조작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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