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재발견… 세계를 놀라게 한 펑리위안 신드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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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이 가방을 대신 들었다?



중국의 한 누리꾼이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부인을 위해 가방을 들고 있다’는 제목으로 올린 사진. 지난달 24일 시 주석 부부가 탄자니아에 도착해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사진을 포토샵 처리해 펑리위안 여사의 손에 들려 있던 가방을 시 주석이 들고 있는 것처럼 바꿔놓았다. 이 누리꾼은 사진 아래에 ‘(시 주석보다) 더 대단한 남편이라도 아내를 위해 가방을 들어줘야 한다’라는 문구를 넣어 인터넷에서 엄청난 논란과 함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사진 출처 펑황왕
시진핑 주석이 가방을 대신 들었다? 중국의 한 누리꾼이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부인을 위해 가방을 들고 있다’는 제목으로 올린 사진. 지난달 24일 시 주석 부부가 탄자니아에 도착해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사진을 포토샵 처리해 펑리위안 여사의 손에 들려 있던 가방을 시 주석이 들고 있는 것처럼 바꿔놓았다. 이 누리꾼은 사진 아래에 ‘(시 주석보다) 더 대단한 남편이라도 아내를 위해 가방을 들어줘야 한다’라는 문구를 넣어 인터넷에서 엄청난 논란과 함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사진 출처 펑황왕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아프리카로 이어진 첫 외국방문을 지난달 30일 마치고 31일 귀국했다. 시 주석의 첫 해외무대 데뷔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듣지만 시 주석의 이번 4개국 순방에서 더 많은 관심을 끈 것은 ‘중국의 퍼스트레이디’인 펑리위안(彭麗媛·51) 여사였다.

세련되고 우아한 모습의 펑 여사는 행사 때마다 당당하고 뛰어난 패션감각을 선보여 일약 세계적 스타가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31일 “미국의 미셸 오바마 여사나 영국의 케이트 미들턴 세손빈과 비교하는 것은 이르지만 펑 여사의 인기는 정말 놀라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펑 여사는 순방 첫날 모스크바 공항에서 짙은 남색 코트에 검은색 각진 가방, 부츠를 매치한 의상으로 첫 공개행보를 시작했다. 절제미와 검소함을 강조하면서도 중국 국내 브랜드에 주문 제작한 산뜻한 의상으로 중국에서는 ‘패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이후 아프리카 순방 때는 현지 날씨를 고려한 흰색 투피스와 금빛 하이힐,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旗袍)를 응용한 투피스, 중국의 상징색인 빨간색 머플러 등을 활용해 장소와 상황에 어우러지는 패션을 선보였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해외판은 지난달 30일 해외 주요 언론의 펑 여사에 대한 찬양을 소개하면서 “현재 우리는 이런 아름다운 힘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지도부와 언론은 스타덤에 오른 펑 여사를 통해 중국 외교가 추구해 온 소프트파워가 부각됐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다. 베이징(北京)에서 발행되는 징화(京華)시보는 31일 “펑 여사가 무엇을 입는지만 보지 말고 무엇을 했는지를 보라”고 강조했다. 펑 여사는 순방국에 도착해 시 주석의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비행기 트랩을 내려왔다. 중국 최고지도자 부부가 이런 모습을 공개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심지어 중국 인터넷에는 시 주석이 펑 여사의 가방을 들어주는 모습으로 가방 든 사람을 바꿔치기한 사진까지 떠돈다. 홍콩 펑황왕(鳳凰網)은 31일 “중국 최고지도자의 가정이 평온하고 사랑으로 충만하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외국어대 국제관계학원 리융청(李永成) 교수도 “펑 여사의 이번 순방은 민족의 자신감을 보여줬고 중화문화가 ‘쩌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하도록 하고 국가의 소프트파워를 올리는 데 금상첨화의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하드파워(경제 군사력 등)적 굴기(굴起·우뚝 일어섬)를 넘어 ‘문화 도덕 등 소프트파워 굴기의 아이콘’으로 펑 여사가 떠올랐다는 평가다.

한편 시 주석은 이번 순방 중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를 이끌어내 미국의 아시아 회귀에 대한 견제구를 던졌고 아프리카와의 전통적 유대관계를 더욱 다져 친중국 세력권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이설 기자 mungchii@donga.com
#시진핑#펑리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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