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 최후보루마저 위협… 개성 길 막으면 北도 치명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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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개성공단 폐쇄할 수 있다”

북한이 3월 30일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개성공단은 사실상 마지막 남은 남북경협 창구이자 남북소통 공간이다. 폐쇄될 경우 남북 모두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였던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에도 개성공단은 생산규모를 3배 이상 늘렸다. 남한의 기업과 자금, 북한의 땅과 노동자가 결합된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미묘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 개성공단이 한반도 긴장 고조의 여파로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 현금창고인 동시에 ‘트로이의 목마’

이명박 정부는 2010년 5월 24일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남북한 왕래 및 경협을 전면 중단하는 ‘5·24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5·24조치 대상에서 빠지는 예외를 인정받았다. 이는 개성공단이 남북한 모두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는 지난해 12월 말 현재 총 5만4234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20만 명이 넘는 북한 주민의 생계가 개성공단에 달려 있는 셈이다. 월평균 임금 132달러에 북한 근로자 수를 곱하면 매달 715만9000달러의 현금이 북한에 건네진다. 연간으로는 약 8600만 달러(약 945억 원)에 이른다. 북한 당국은 이 중 절반 이상을 세금과 보험료 명목으로 거둬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뭉칫돈(벌크 캐시)이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북한에 개성공단은 일종의 ‘현금창고’인 셈이다.

한국 처지에서도 개성공단은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우선 입주기업들로선 ‘말이 통하는 인력’을 싼값에 쓴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개성공단 임금은 중국 칭다오공단의 3분의 1, 베트남 떤투언공단의 절반 수준이며 한국 시화공단과 비교하면 1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토지 가격도 중국의 4분의 1, 베트남의 6분의 1 수준이다. 외국 공단에 비해 물류비용도 저렴하다.

개성공단의 이런 경제적 특성은 남북 모두에 ‘윈윈’인 셈이다. 그러나 독특한 정치적인 위상은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요소도 담고 있다. 2005년 첫 조업을 시작한 이래 중단된 적이 없는 남북경협의 상징인 동시에 실질적으로 북한에 자본주의를 전파하는 산 교육장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식 ‘시간 때우기’ 근무에 익숙하던 북한 주민들이 개성공단에 근무하면서 잔업과 특근을 하면 초과근무수당을 벌게 된다는 사실과 남한 공장에 근무하면 따뜻한 식사와 샤워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득하고 있다. 그런 사실이 입소문으로 북한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입주기업에서 간식으로 나눠준 초코파이가 최북단 함경북도에서도 발견됐다는 점이 개성공단의 위력을 증명하는 사례다. 북한으로서는 대북 제재에서 자유로운 ‘현금 창고’가 언제 ‘트로이 목마’로 변해 김정은 체제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잠재적 위협을 느낄 가능성이 큰 것이다.

○ 우려되는 ‘개성공단 인질론’

북한이 개성공단에 이상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개성공단을 관할하는 조선특구개발지도총국은 지난해 8월 입주기업들에 ‘세금규정시행세칙’을 통보하고 9개 회사를 상대로 16만 달러 상당의 미납 세금을 내라고 요구했다.

연말에는 휴일 수를 가지고 신경전도 벌였다. 북한 총국은 지난해 12월 초 ‘2013년 명절과 휴일’을 남측에 통보하면서 신정은 1월 1일 하루라고 밝혔다. 하지만 12월 말 ‘1월 2일과 3일도 휴일로 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개성공단의 휴일 근무 수당은 평일의 2배에 달한다.

이에 앞서 2월 6일 북한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는 유엔 대북제재에 따른 후속조치로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반출물자 통관 강화 방침이 보도되자 “어떤 형태라도 개성공단을 건드린다면 모든 특혜를 철회하고 군사지역으로 다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위협이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공단이 폐쇄되면 하루 평균 1000명씩 출입경하는 남측 인력이 볼모로 잡힐 수 있고 그 즉시 남북 간 긴장이 극도로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 당국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을 세워두고 있으며 서울과 개성공단 간 연락체계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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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남북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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