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주미대사 안호영-주중대사 권영세-주일대사 이병기 내정
주러시아 위성락-주유엔 김숙 유임
청와대가 주요국 대사 인선 결과에 대해 ‘외교 관례’를 이유로 언론에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해 놓고 정작 자체 블로그에서 공개했다.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오전 9시경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 언론매체가 권영세 전 새누리당 의원이 주중 대사로 내정됐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외교관 인사는 상대국의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을 받아야 하는 등 외교적 절차와 관례가 있다”며 “미리 취재를 했더라도 상대국의 아그레망을 받을 때까지 포괄적 엠바고를 적용하는 것이 관례였다”고 강조했다. 또 주요국 대사 인선 결과를 밝히면서 “아그레망을 받을 때까지 엠바고를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대사 인사는 상대국의 동의를 받아야 정식으로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내정 단계에서 발표하는 것은 외교상 결례란 설명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같은 날 낮 12시 11분 자체 블로그(blog.president.go.kr)를 통해 정작 자신들이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자료를 공개했다. 대변인 브리핑 코너에 서면브리핑 내용을 그대로 올리면서 빚어진 실수였다. 블로그 글은 누구에게나 공개돼 있고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를 통해서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 내용이 시스템상으로 블로그와 연동되게 돼 있다 보니 미처 가려내지 못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31일 오후 6시 20분경에야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청와대가 “외교적 결례”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을 두고 홍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빚어진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기자단은 “이미 다 알려진 사안이어서 엠바고가 파기됐다”며 31일 오후 3시부터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대사 인선 내용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 대사’와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다. 주미 대사에는 안호영 외교부 1차관, 주중 대사에는 16∼18대 의원을 지낸 권영세 전 의원, 주일 대사에는 이병기 여의도연구소 고문이 각각 내정됐다. 위성락 주러시아 대사와 김숙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유임됐다.
이번 인선의 특징은 미국과 러시아에는 외교관 출신의 ‘실무형’을, 중국과 일본에는 정치인 출신의 ‘정무형’을 임명했다는 것이다. 미국 및 러시아와는 현재 외교 기조를 유지하면서 협력을 확대하되, 중국 및 일본과의 관계는 정무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측근을 배치해 관계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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