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靑… 대사 인선 엠바고 요청뒤 블로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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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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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주미대사 안호영-주중대사 권영세-주일대사 이병기 내정
주러시아 위성락-주유엔 김숙 유임

청와대가 지난달 30일 외교 관례상 상대국의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 이전에 공개하지 않는 대사 인사 내용을 청와대 블로그에 공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청와대 블로그 캡처
청와대가 지난달 30일 외교 관례상 상대국의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 이전에 공개하지 않는 대사 인사 내용을 청와대 블로그에 공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청와대 블로그 캡처
청와대가 주요국 대사 인선 결과에 대해 ‘외교 관례’를 이유로 언론에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해 놓고 정작 자체 블로그에서 공개했다.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오전 9시경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 언론매체가 권영세 전 새누리당 의원이 주중 대사로 내정됐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외교관 인사는 상대국의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을 받아야 하는 등 외교적 절차와 관례가 있다”며 “미리 취재를 했더라도 상대국의 아그레망을 받을 때까지 포괄적 엠바고를 적용하는 것이 관례였다”고 강조했다. 또 주요국 대사 인선 결과를 밝히면서 “아그레망을 받을 때까지 엠바고를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대사 인사는 상대국의 동의를 받아야 정식으로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내정 단계에서 발표하는 것은 외교상 결례란 설명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같은 날 낮 12시 11분 자체 블로그(blog.president.go.kr)를 통해 정작 자신들이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자료를 공개했다. 대변인 브리핑 코너에 서면브리핑 내용을 그대로 올리면서 빚어진 실수였다. 블로그 글은 누구에게나 공개돼 있고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를 통해서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 내용이 시스템상으로 블로그와 연동되게 돼 있다 보니 미처 가려내지 못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31일 오후 6시 20분경에야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청와대가 “외교적 결례”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을 두고 홍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빚어진 사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기자단은 “이미 다 알려진 사안이어서 엠바고가 파기됐다”며 31일 오후 3시부터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대사 인선 내용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 대사’와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다. 주미 대사에는 안호영 외교부 1차관, 주중 대사에는 16∼18대 의원을 지낸 권영세 전 의원, 주일 대사에는 이병기 여의도연구소 고문이 각각 내정됐다. 위성락 주러시아 대사와 김숙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유임됐다.

이번 인선의 특징은 미국과 러시아에는 외교관 출신의 ‘실무형’을, 중국과 일본에는 정치인 출신의 ‘정무형’을 임명했다는 것이다. 미국 및 러시아와는 현재 외교 기조를 유지하면서 협력을 확대하되, 중국 및 일본과의 관계는 정무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측근을 배치해 관계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청와대#주미대사#주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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