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원들 “창조경제가 도대체 무슨 말이냐” 유민봉에 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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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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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험악했던 새 정부 첫 고위 黨政靑 4시간 워크숍

웃으며 만났지만… 3 30일 경기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첫 당정청 워크숍에 앞서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정홍원 국무총리,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과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웃으며 만났지만… 3 30일 경기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첫 당정청 워크숍에 앞서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정홍원 국무총리,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과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3월 30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쌓인 불만이 분출했다.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4시간 동안 진행된 워크숍에서 참석 의원 32명 중 20여 명이 발언에 나섰다. 창조경제론의 모호함과 인사검증 실패, 소통 부재 등을 지적하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았다.

○ “창조경제 무슨 말이냐”

먼저 유민봉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 창조경제론을 중심으로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보고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인 한선교 의원은 이에 “너무나 학구적이다. 도대체 창조경제가 무슨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유 수석은 박 대통령의 평소 발언과 에피소드를 들어 설명하려 했고, 한 위원장은 “여기에 있는 당 사람들은 박 대통령과 10년 이상 같이해서 이미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 (국정철학을) 주입시키지 말고 진정성 있는 얘기를 하자”고 몰아세웠다.

국방위원장인 유승민 의원도 “지금 뭐하는 겁니까. 에피소드가 어떻게 국정철학입니까. 빨리 끝내주세요”라고 가세했다. 유 의원은 “여당 의원들에게도 이렇게 전도하듯 하는데 어떻게 국민과의 소통이 잘될 수 있겠는가”라며 “이 정부가 성공하려면 ‘한 자도 못 고친다’는 고집을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창조경제가 뭐냐를 두고 5년을 보낼 수 없으며, 현재의 위중한 안보위기에 대응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고칠 게 있으면 고치고, 134조5000억 원의 복지재원도 비현실적인 부분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린 정책위의장 대행도 정부와 청와대 군기잡기에 나섰다. 그는 “당이 언론을 보고 정부 정책을 알게 되지 않도록 하라”며 “생색은 정부가 내고 당이 부담을 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창조경제 공약을 누가 처음으로 만들었는지 추적하라”며 “내 자신도 설득이 안 된다. 손에 잡히게 하라”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군현 의원은 “어떤 산업을 왜 어떻게 투자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일으킬 것인지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심재철 의원은 아예 “창조경제 말고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다른 상징성 있는 거대 담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 수석은 “지금으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의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자 이한구 원내대표는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서면으로 준비해서 이른 시일 내에 제출하라”고 말했다.

○ “이게 무슨 비서냐”

청와대 인사시스템과 국회와의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재원 의원은 “인사 참사가 일어났는데 비서관들이 ‘인사시스템이 안 갖춰져 있고 인력도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며 “이게 무슨 비서인가. 대통령에게 직접 화살이 가지 않게 하라”고 비판했다. 김정훈 의원도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인사 때문”이라며 “민정수석실에서 철저한 인사검증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조해진 의원은 “최근 낙마 사건은 주변에서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은 결과”라며 “(대선 당시 야당을 선택한) 48%를 끌어안을 생각을 왜 안 하느냐. 그러다가 52%도 도망을 간다”고 우려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국회의원을 만나서 설득하는 사람이 청와대에 누가 있느냐”면서 “국회와 대화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대통령은 원래 잘 듣는 분인데 언론보도를 보면 대통령이 말씀 하시는 것만 나온다”면서 “(대통령이) 귀를 기울이는 모습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박근혜#창조경제#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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