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벚꽃구경 가시나요? 사람구경 가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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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의 숨겨진 벚꽃 명소들
여의도 윤중로는 사람에 밀려 실망… 방배-명일-반포동 아파트 주변 장관
서대문구 안산 벚꽃산책로도 화려… 팔당호 12km구간 드라이브 환상적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지난해 봄, 전국을 설레게 했던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벚꽃엔딩’이 최근 1년 만에 다시 차트 정상에 올랐다.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미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기 때문이리라. 수도권은 4월 9∼20일, 대표적 벚꽃길인 서울 여의도 윤중로는 15일경 벚꽃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명한 벚꽃길은 꽃 대신 사람 구경만 하며 인파에 치이기 십상이다.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수도권 곳곳에는 북적대는 인파를 멀리하고 여유 있게 벚꽃을 감상할 수 있는 숨은 명소가 많다.

○ 아파트단지에서 벚꽃 감상을

오래된 아파트단지 가운데는 벚꽃 명소 못지않은 곳이 많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는 자체 벚꽃축제가 열린다. 4월 중순이 되면 아파트 각 동 사이에 벚꽃이 피어 500m의 연분홍 터널이 탄생한다. 벚꽃터널 사이로 300여 개 청사초롱이 불을 밝히는 야경도 장관이다.

30년 이상 된 벚나무 수십 그루가 있는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 아파트단지 벚꽃길은 인근 주민까지 찾아올 정도로 유명하다. 100여 그루의 벚꽃이 만개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아파트 일대는 걷다 보면 저절로 콧노래가 나와 ‘허밍웨이(Humming Way)’로 불린다.

도심의 작은 산과 공원을 찾는 것도 좋다. 주변에 다양한 문화공간과 맛집이 즐비한 동네와 연계해 산책하기 좋다. 서대문구청 뒤로 오르는 안산은 산자락에 온통 하얗게 피어나는 화려함을 맛볼 수 있다. 인근 서대문자연사박물관도 이용할 수 있다. 양천구 신월동 서서울호수공원은 호수 주변 산책로를 따라 핀 왕벚꽃이 인상적이다. 종로구 삼청공원은 벚꽃 구경을 마친 뒤 인근 삼청동 가회동의 문화공간과 성북동의 맛집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길(아차산생태공원∼워커힐호텔 뒤쪽)은 ‘서울 동쪽의 윤중로’라 불린다. 1978년 심은 300여 그루의 벚나무가 1.5km에 걸쳐 있다. 드라이브 코스나 산책 코스로 손색이 없다. 주차가 힘들기 때문에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아차산 생태공원까지 걸어서 15분가량 걸린다. 동대문구 장안동 중랑천 제방 산책로 3.4km 등 중랑천 곳곳과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금천구청역까지 이어진 3km 벚꽃십리길도 가볼 만하다.

○ 해안을 따라 수려한 벚꽃을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 아파트 단지. 강동구 제공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 아파트 단지. 강동구 제공
인천에는 일렁이는 바다 물결을 바라보며 벚꽃을 감상할 수 있는 산책로가 많다. 영종도 삼목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가는 장봉도에는 해안도로를 따라 3.8km 구간에 벚꽃이 탐스럽게 핀다. 이 섬은 차량을 함께 실을 수 있는 여객선으로 40분이면 도착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항한다. 기암절벽을 끼고 서해를 바라보며 쉬엄쉬엄 걷는 맛이 일품이다.

중구 자유공원과 월미공원에도 야트막한 야산으로 오르는 길에 벚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 동상이 서 있는 자유공원 정상으로 이어지는 제물포고 뒷담길, 한미수교100주년기념탑 주변에 벚나무가 촘촘히 서 있다.

팔당호를 끼고 있는 경기 광주시 남종면 귀여리에서 수청리까지 342번 지방도 12km 구간은 2700여 그루의 벚나무에서 벚꽃이 피면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된다. 팔당호와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성남 광주 하남에 걸쳐 있는 남한산성은 동문에서 광주 방향으로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 벚꽃 감상에 적격이다. 등산과 드라이브 코스로 모두 좋다.

용인 호암미술관 내 한국 전통식 정원 ‘희원(熙園)’도 벚꽃이 피면 장관을 이룬다. 에버랜드 정문매표소에서 호암미술관까지 7km 구간에도 왕벚꽃과 겹벚꽃이 늘어서 있다. 특히 미술관 진입로부터 300여 m 구간에는 벚꽃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연분홍 벚꽃터널의 절경을 이룬다. 에버랜드 내 호암호수 건너편 산에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펴 사진 출사의 명소로 꼽힌다. 올해는 용인시와 함께 17일부터 21일까지 용인 에버 벚꽃문화제를 개최한다.

김재영·박희제·남경현 기자 redoot@donga.com
#벚꽃구경#윤중로#방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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