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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꺾인 ‘킬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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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꺾인 ‘킬 힐’

동아일보입력 2013-03-26 03:00수정 2013-03-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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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구두, 10cm 넘는 굽대신 3~5cm 낮은 굽이 새 트렌드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 정지원 씨(33·여)는 요즘 ‘옥스퍼드화’의 매력에 빠졌다. 굽 높이가 2∼3cm인 옥스퍼드화는 남성 구두처럼 생겨 운동화보다 정중해 보이면서도 정장 구두보다 발이 편하다. 정 씨는 “지난겨울에는 날씨가 추워 양털 부츠를 신었고 봄에는 편안한 옥스퍼드화를 신기 시작했다”며 “하이힐보다 신기 편하면서 예의를 차린 듯 보여 좋다”고 말했다.

최근 ‘운도녀(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도시 여성)’ 트렌드에 밀린 구두들이 운동화의 실용성과 편안함을 벤치마킹하며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신발보다 신었을 때 편안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10cm가 넘는 ‘킬힐’을 유행시켰던 고급 브랜드 신발의 굽 높이 변화다. 주요 해외 유명 브랜드의 2013년 봄여름 패션쇼 무대에는 굽이 너무 높아 비틀대는 모델을 보기 힘들었다. 3∼5cm의 중간 굽 구두가 대세였다.

이경희 인터패션플래닝 본부장은 “올해 봄여름에는 굽이 대폭 낮아진 구두가 주요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굽이 낮아도 여성스럽고 세련되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루이뷔통, 랑방, 마이클코어스, 돌체앤가바나, 마크제이콥스 등이 모두 봄 신상품으로 낮은 굽 구두를 선보이면서 ‘로힐(Low Heel) 혁명’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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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입 패션브랜드 관계자는 “유행은 돌고 돌지만 여성 구두 굽은 10여 년간 계속 높아지기만 했다”며 “최근 굽 낮은 구두 트렌드에는 세계적인 소비 침체 속에서 편안한 것을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녹아들어 있다”고 말했다.

구두와 운동화의 장점을 합친 ‘컴포트화’도 인기를 얻고 있다. 백화점의 신발매장은 정장 구두 중심에서 컴포트화나 플랫슈즈(굽 없이 평평한 신발)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구두 매출 신장률은 2010년 7.5%에서 2011년 4.4%로 줄어들더니 지난해에는 매출이 3.2%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컴포트화 매출은 전년 대비 22%나 증가했다.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 슈즈’도 나오고 있다. 한때 매출이 주춤했던 브랜드인 블랙마틴싯봉은 플랫슈즈 한 켤레를 사면 디자인이 다른 신발 한 짝을 더 주는 독특한 마케팅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출근할 때에는 짝이 맞는 신발을 신고 주말에는 왼쪽과 오른쪽이 서로 다른 신발을 신어 ‘짝짝이’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 롯데 서울 잠실점이 이달 중순 이 신발의 팝업스토어(이벤트성으로 운영하는 임시매장)를 연 결과 일주일간 일반 구두매장 매출의 3배가 넘는 1억6100만 원어치가 팔렸다. 신발 브랜드 크록스는 샌들과 구두 디자인을 합친 ‘비치 라인 보트슈즈’를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여성 구두 시장의 변화에는 변화무쌍한 날씨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구두업계의 설명이다. 겨울에는 극심한 추위 때문에 굽이 없는 양털 부츠를 신고 여름에는 게릴라성 폭우 때문에 레인부츠를 신는 등 날씨에 맞춘 신발에 익숙해지다 보니 평소에도 편안한 제품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장창모 롯데백화점 바이어는 “구두가 운동화를 닮아가는 추세는 올해 더 강해질 것으로 본다”며 “고급 브랜드에서 시작한 낮은 굽 바람은 곧 국내 브랜드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구두#낮은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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