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케이스 스터디]동물실험 없는 화장품, 착한 소비 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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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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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비욘드’

DBR 그래픽
DBR 그래픽
《 현대인의 소비는 단지 허기를 달래고 필요를 충당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떤 것을 먹고, 어떤 것을 입으며, 어떤 것을 바르는지가 그 사람을 보여 주는 시대다. 좀 더 비싸도 유기농 식품을 먹고, 다소 번거로워도 친환경 소재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비욘드는 이런 흐름을 읽고 적극 대응해 호응을 얻고 있는 브랜드다. 출시 후 선발 주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좌절하기도 했지만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오히려 뚜렷한 정체성을 확보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5호(3월 15일자)에 실린 비욘드의 성공 요인을 요약했다. 》

○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

2012년 6월 말, 싱가포르에 있는 페이스북 아시아지사 실무진이 한국을 찾았다. 정확하게는 비욘드를 생산하는 LG생활건강을 찾았다.

상황은 이랬다. 브랜드 홍보 및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비욘드 팀이 페이스북에 계정을 만들었다. 화장품을 만들면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동물실험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함께 올렸다. ‘좋아요’를 클릭하면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에 동의하는 서명 운동에 자동으로 참여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처음에는 ‘좋아요’가 많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동물실험 반대를 비난하는 글이 급증했다. ‘동물이 사람보다 중요한가’, ‘동물실험도 안 하고 판매하는 화장품은 믿을 수 없다’ 등이 이유였다.

비욘드 팀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장시간 논의한 끝에 회피하거나 뒤로 물러서기보다는 진정성 있게 설명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비욘드 팀은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의약품 등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의 동물실험까지 모두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세포배양 독성평가법이나 패치 테스트 등 화장품의 유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대체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목조목 설명하는 글이 올라가자 비난이 빗발치던 게시판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방문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찬성하는 사람이 크게 증가했다. 싱가포르에서 연락이 온 것은 그 즈음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이처럼 단기간에 트래픽이 폭증한 사례가 없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페이스북 실무진을 만나 사정을 설명하니 그들은 감탄하며 돌아갔다.

○ 신속한 리스크 대응으로 블루오션 창출

비욘드가 출시된 것은 2005년 4월이다. 당초 취지는 컬러 푸드가 갖고 있는 생명력을 피부에 전달하겠다는 것이었다. 참살이(웰빙) 트렌드에 맞춰 1년여 동안 야심 차게 기획한 새로운 브랜드였다. 그런데 그보다 2∼3개월 앞서 나온 스킨푸드가 발목을 잡았다. 스킨푸드는 비욘드와 기획 의도가 완전히 일치했다. 이름부터 ‘푸드’를 전면에 내세운 스킨푸드는 큰 호응을 얻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스킨푸드의 아류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웠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비욘드는 출시 1년 만에 방향을 전면 수정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비욘드 팀은 다시 머리를 모았다. 여러 아이디어를 검토한 끝에 ‘친환경’을 새로운 콘셉트로 잡았다. 당시 건축이나 자동차, 패션 등에는 이미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었다. 비욘드 팀은 화장품에도 친환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 화장품을 만들 때 합성원료나 화학재료를 최대한 배제하고 친환경, 유기농 재료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친환경 제품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원료를 확보하는 일이다. 특히 최소 3년간 화학 비료나 살충제를 쓰지 않아야 하는 유기농 원료를 얻기가 어려웠다. 비욘드 팀은 유기농 원료를 국내에서 공급받는 비율을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예컨대 녹차가 필요하다면 전체 녹차 밭 중 일부분을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해 줄 것을 농가에 요청한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전량을 LG생활건강이 사들이기로 계약한다. 계약을 맺은 농가는 3년간 시간을 들여 유기농 방식으로 녹차를 재배하고 생산된 분량을 전부 LG생활건강에 넘긴다. 이런 방식을 활용해 비욘드 팀은 원료의 국산화 및 유기농 비율을 높였다.

○ 차별화된 광고를 과감히 시도

비욘드가 시도한 또 다른 일은 화장품으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광고를 기획하고 내보낸 것이다. 통상 제품 광고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 이는 소비자의 제품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떠올릴 때 아름답거나 멋진 이미지가 동반되는 식이다. 화장품 역시 인기 연예인이 등장해 이 제품을 사용하면 나처럼 예뻐질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비욘드 팀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싶었다. 다른 화장품과 비슷한 광고로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톱스타 김수현이 강아지를 안고 등장해 “예뻐지기 위해 널 다치게 할 순 없어, 아름다워지기 위해 널 상처받게 할 순 없어”라고 말하는 광고다. 화장품의 성분이나 효능을 앞세우기보다는 동물실험 반대라는 다소 민감한 주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다.

광고안이 처음 나왔을 때 사내에서는 우려가 컸다. 자칫하면 비욘드를 떠올릴 때 가죽이 벗겨진 쥐나 고통스러워하는 원숭이 등이 함께 생각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비욘드 팀은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소비자에게 비욘드의 목표와 정체성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광고는 큰 반향을 몰고 왔다. 소비자들은 동물실험 반대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제까지 순한 이미지로만 인식됐던 비욘드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인상을 심어 줬다. 비욘드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착한 화장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계춘 비욘드 부문 마케팅 디렉터는 “밖으로는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고 다른 화장품과의 차별성을 획득하는 성과가 있었고 안으로는 구성원 간에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고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5호(2013년 3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특허 괴물’을 우군 만드는 법

▼ 스페셜 리포트


고 스티브 잡스(1955∼2011)가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며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명성을 날리던 시절, 애플의 가장 소중한 자산은 사옥이나 공장, 자본과 같은 눈에 보이는 유형 자산이 아니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기술, 브랜드, 조직 문화, 고객 경험을 중시하는 철학 등이 훨씬 더 중요했다. 어떤 회계 전문가는 기업 가치의 70% 이상이 대차대조표에 나오지 않는 무형 자산에 의해 결정된다고 분석했다. 기업 인수합병(M&A)의 주된 목적도 유형 자산보다는 고객관계나 기술, 브랜드 등 무형 자산 취득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서는 대표적 무형 자산인 지식자산의 확보 및 유지를 위한 다양한 전략 대안을 제시했다. 특허 분쟁에 대처하는 법, ‘특허 괴물’을 우군으로 만드는 법도 소개한다.


회사 키우는 ‘기회 관리의 원칙’

▼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


좋은 제품과 기술을 보유했다고 해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2000년에 설립된 기업 4만4000여 곳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창업 10년차인 2010년에 1000만 달러 이상의 연매출을 기록한 곳은 6% 미만이고, 50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한 곳은 2%도 채 되지 않았다. 신생 기업의 규모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조직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영업, 행정 비용이 빠르게 증가한다. 그래서 많은 중소기업이 규모를 키울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런 문제는 기업의 핵심 고객을 새롭게 정의하여 영업 생산성을 올리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2000년 설립된 비즈니스프로세싱코라는 기업의 사례를 통해 영업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비즈니스 규모를 키우는 기회 관리의 원칙을 알아본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LG생활건강#비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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