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쓸 제품은 내 입맛대로”… 크리슈머 마케팅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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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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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최근 프로슈머 마케팅으로 자사의 스마트폰 기능을 알리는 데 톡톡히 효과를 봤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갤럭시노트2 나도 감독이다’를 통해 만든 포토 노트 소개 영상, 무선 콘텐츠 공유 기능을 알리기 위해 만든 ‘올 쉐어 DJ 스파이더’ 영상, ‘나도 감독이다’ 동영상의 인트로 화면.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최근 프로슈머 마케팅으로 자사의 스마트폰 기능을 알리는 데 톡톡히 효과를 봤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갤럭시노트2 나도 감독이다’를 통해 만든 포토 노트 소개 영상, 무선 콘텐츠 공유 기능을 알리기 위해 만든 ‘올 쉐어 DJ 스파이더’ 영상, ‘나도 감독이다’ 동영상의 인트로 화면. 삼성전자 제공
“나 김수진은 당신 최철수만을 사랑합니다. 이것만은 잊고 싶지 않은데 기억이 또 사라질까봐 두려워요.”

2004년 개봉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알츠하이머를 앓는 수진(손예진 분)은 남편 철수(정우성 분)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보며 이렇게 흐느낀다.

사람들의 뇌리 속에 박힌 이 장면을 차용한 짧은 동영상도 영화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다. 수진의 안타까움이 전해지는 순간 화면에 ‘갤럭시노트2’가 등장해 스마트폰 속 사진에 메모를 남기는 ‘포토 노트’ 기능을 소개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2의 기능을 널리 알리기 위해 시작한 ‘갤럭시노트2 나도 감독이다’ 프로모션을 통해 만든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동영상은 2주 만에 3000만 건의 조회수를 올렸다.

○ 소비자 창의력을 마케팅에 활용

창의적인 소비자를 마케팅에 참여시키는 ‘크리슈머(Cresumer)’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크리슈머란 창조를 뜻하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와 소비자라는 뜻의 컨슈머(Consumer)를 조합한 신조어다. 단순히 제품을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에서 새로운 가치와 스토리를 찾아내는 소비자를 말한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영화 속 주인공에게 갤럭시노트2의 기능을 추천해 스토리를 새로 만들어 보는 크리슈머 마케팅을 펼쳤다. 응모한 소비자들은 기억을 잃어가는 주인공에게 메모 기능을, 하필이면 대형 해일이 밀려든 날 약속을 잡은 영화 ‘해운대’의 주인공 만식(설경구 분)에게 ‘주간 날씨 표시’ 기능을 추천하는 스토리를 만들면서 자기도 모르게 제품의 기능을 익히고 알리는 마케터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소비자가 갤럭시노트2의 새로운 기능을 찾아내도록 한 뒤 이를 14편의 영상으로 제작해 누적 조회수 3600만 건을 돌파하는 등 제품 홍보에 큰 효과를 봤다.

크리슈머 마케팅은 오프라인에서도 활용된다. 삼성전자가 대학 캠퍼스 등에서 운영하는 ‘삼성 갤럭시 스튜디오’는 단순한 제품 체험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해 제품의 독창적인 용도를 스스로 찾아내도록 지원한다. 스튜디오를 방문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 그림을 그리면 이를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하는 식이다. 2011년 말부터 지금까지 3000번 넘게 진행된 행사에서 약 500만 명의 소비자가 제품을 체험했다.

○ 생명력 길고 효과 커

크리슈머 마케팅을 가장 잘 활용하는 ‘대표선수’는 블록완구 레고다. 성인이 된 레고의 팬들은 모델 설계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고, 이렇게 만든 레고 작품을 팬 사이트에서 공유하면서 ‘나만의 레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산 발전시켰다. 이런 현상을 본 레고 회사 측은 본격적인 크리슈머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크리슈머 마케팅에 성공하려면 소비자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때 제품이 가진 혁신적인 기능은 크리슈머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다.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는 생명력이 길고 영향력도 크다. 삼성전자가 1월 스마트기기 무선 콘텐츠 공유 기능인 ‘올 쉐어’를 알리기 위해 ‘올 쉐어 DJ 스파이더’ 동영상을 제작하자 소비자들은 동영상에 등장한 ‘털기 춤’을 다양하게 패러디해 확산시켰다. 이 콘텐츠는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온라인 공간에서 계속 퍼져 나가고 있다.

김경희 성균관대 SKK GSB 교수는 “크리슈머 마케팅은 혁신적, 창의적인 스마트 기기가 늘어날수록 더욱 각광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삼성전자#크리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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