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차관 20명 인사]법무-검찰 인사 관행 깬 ‘김학의 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 검찰총장 인선 앞서 법무부 차관 임명 이례적

김학의 대전고검장(57·사진)이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 것은 전통적인 법무·검찰의 인사 관행을 고려하면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법무부 차관은 검찰총장 후보군인 고검장급 직위로, 고검장급 중에서도 가장 서열이 낮은 자리로 여겨져 왔다. 검찰총장이 아닌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만 통상 검찰총장이 임명된 뒤 전체 검찰 고위간부 인사 때 함께 정해지는 자리였다. 그런데도 14일경 발표되는 검찰총장보다 먼저 임명된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검찰조직을 여러 중앙행정부처 중 하나로 이해하면서 법무부 차관 역시 정무직의 하나로 보겠다는 인사권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법무·검찰조직의 인사는 다른 중앙행정부처와 달리 내부 서열에 따라 이뤄졌지만 이제 그런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김 차관과 검찰총장 후보들 간의 사법연수원 기수에 대해서도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대개 법무부 차관은 검찰총장보다 후배가 임명됐다. 그러나 김 차관은 총장 후보인 김진태 대검차장, 채동욱 서울고검장과 동기이고 소병철 대구고검장보다는 한 기수 선배다. 법무부 차관이 총장과 동기이거나 선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점 역시 파격이다. 검찰 내부에서 “당황스럽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하나의 조직으로 여겨졌던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를 새로 정립해 장기적으로 검찰의 힘을 빼겠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차관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경기고 1년 선배이며 사법연수원은 1기수 아래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던 경기고 인사 집중이 또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또 “법무차관 인사가 사전에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뤄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 차관은 유력한 총장 후보로 꼽혔지만 지난달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3인의 최종 후보에 들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진영에서는 그를 유력한 총장 후보로 점찍었지만 추천위원회의 ‘반란’ 탓에 후보에서 제외됐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법무차관은 총장 인사 때마다 유력한 총장 후보로 꼽히는 자리다. 따라서 김 고검장이 총장 후보에서 떨어지자 차기총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법무차관에 임명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차관은 공안통 기획통 검사로 판단이 빠르고 대인관계가 넓다는 평을 받아왔다. 정관계 재계에 두루 발이 넓다. 다음은 약력.

△서울(사법시험 24회·사법연수원 14기) △경기고 △서울대 법대 △충주지청장 △수원지검 공안부장 △서울지검 공판2부장·소년부장·형사2부장 △대검찰청 공안기획관 △인천지검 1차장 △춘천지검장 △울산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인천지검장 △광주고검장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亞경기 3연패 사격대표 출신, 차관신화 명중 ▼

■ 박종길 문화부 2차관
육 여사 서거뒤 靑경호실 근무도


“국민행복을 위해 더욱 힘쓰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이 느껴진다. 국민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국민이 건강해야 하고 국민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체육행정이 잘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체육현장을 잘 아는 체육인을 우대하신 것 같다.”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으로 내정된 박종길 전 태릉선수촌장(사진)은 1970, 80년대 아시아 무대를 주름잡은 한국 사격의 간판 스타였다. 권총을 주특기로 한 그는 1978년 방콕, 1982년 뉴델리,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에서 3개 대회 연속 권총 금메달을 땄다.

의사 출신으로 태릉훈련원장을 지낸 고(故) 김집 씨가 노태우 정부 시절 체육부 장관에 오른 적이 있었으나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 체육 주무부처 차관 이상 고위직으로 임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격과 인연이 없던 그는 1968년 해병대에 입대해 소위로 임관된 뒤 인생의 전기를 맞았다. 당시 사격에 관심이 많았던 박종규 전 대통령경호실장이 1971년 제2회 아시아 사격선수권을 유치하는 데 적극 앞장섰고 사격인구가 많지 않아 군인들 중에서 사격 대표선수를 뽑았다. 그는 해병대 사격대회에서 연이어 1위를 하면서 사격 국가대표가 됐고 이 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땄다. 이어 1973년 대위로 예편한 뒤에도 계속 사격선수로 활약했다.

지난 2년간 태릉선수촌장을 맡은 박 내정자는 자택에는 거의 들르지 않을 정도로 선수들을 돌봤고 이런 열정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이 역대 원정 올림픽 최고 성적(종합 5위)을 거두는 데 밑거름이 됐다. 한편 그는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뒤에는 청와대 경호실에서 2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전북 익산(67) △광운대 경영학과, 고려대 교육대학원 △사격 국가대표 및 감독 △대한사격연맹 부회장 △2012년 런던 올림픽 한국선수단 총감독 △태릉선수촌장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김학#검찰총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