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파는 여자라뇨? 우리는 당당한 性서비스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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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8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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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합법화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취재하던 중, 매우 파격적인 주장을 만날 수 있었다. ‘성노동은 노동이며, 성매매 종사자도 당당한 노동자다’라고 주장하며 SNS 공간에서 ‘밀사(@Milsa_)’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성노동 활동가가 그 주인공. 그는 대학 재학 중 성노동자를 이해하기 위해 직접 성매매에 뛰어든 후 인터넷에 ‘성노동 실험 일지’를 올리기도 했다. 1980년대 운동권학생들이 노동현장에 투신한 경우는 많았지만, 성노동자를 이해하려고 직접 성매매에 나섰다는 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를 만났다.

-파격적인 주장을 펴다보면 생각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난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트위터를 통한 토론을 환영한다.”

-몇살인가.

“1989년생이니까, 이제 우리나라 나이로 스물다섯인가.”

-지금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대학 휴학 중이다.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www.ggsexworker.org)의 조직 실무를 담당하는 반상근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지지(GG)는 어떤 단체인가.

“성노동자가 법적 처벌이나 도덕적 비난을 받지 않고, 인격권, 자기결정권, 노동권, 건강권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현장 활동과 연구를 병행하며 문화운동을 펼치는 모임이다. 또한 당사자 성노동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성매매, 늘 끔찍한 건 아니었다”

-성매매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0년 가을, 여성학 시간에 여성가족부에서 만든 성특법 홍보 영상을 보게 되었다. 영상에서 탈성매매 여성이 ‘지금 하는 일이 성매매를 할 때보다 버는 돈은 적지만, 돈의 가치가 다르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왜 거기서 버는 돈은 부끄럽고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져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막말로 생판 모르는 사람이랑 섹스 하는 것도 힘든 일인 것인데, 그런 힘듦과 노고에 대해 당사자가 떳떳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부정하게 하는 사회의 시선에 화가 났다고 해야 하나.”

-속상한 것과 직접 뛰어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한두 주 정도 고민하다 그해 11월 초 즈음부터 시작했다. 오래 하지는 않았다.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성노동자들의 노동이 왜 그렇게 취급받아야 하는지, 정말 여기에 노동의 측면이 없는 것인지, 있다면 그것은 어떤 형태를 지니고 있는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성을 파는 것은 개인의 인격을 파는 것, 심지어 영혼을 파는 행위라는 비난도 있다.

“그렇게 말하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영혼을 팔지 않는 노동은 또 뭐가 있나.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들은 힘들겠지만, 애인이 아닌 사람하고도 섹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애인이랑 하는 것과는 다른 것 아닌가.

“애인이랑 하는 모든 섹스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상대가 원해서 그냥 몸을 대주는 기분이 들 때도 있는 거고…. 성노동자로서 섹스를 할 때도 긴장감이 있기는 하지만, 상대와 잘 맞아 좋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것은 마치 우리의 밥벌이가 늘 고되지만 가끔은 일의 보람을 느끼는 것과도 비슷한 것이다. 항상 끔찍하고 하기 싫은 것은 아니다.”

-직접 성노동을 경험해보니까 어땠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돈을 받으면 받은 만큼 해줘야 했다. 이런 저런 요구도 많고…. 그런데, 하다보니까 단순히 욕구 해소만을 위해 성구매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성노동은 생각보다 숙련이 필요한 노동이다. 단순히 성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성노동은 편의점이나 식당 아르바이트와 비교해 어떤가.

“노동 강도나 양으로만 따진다면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것에 비해 돈을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감정노동의 대가와 위험성, 사회적 낙인을 감내하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노동자란 표현을 쓰는데, 성매매가 노동이라는 것인가?

“노동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자신의 몸이나 지식을 이용해 용역을 제공하는 행위라고 되어 있다. 거기에 안 들어맞을 이유가 없다. 성은 그 자체가 실천이고 행위이지 어떤 실체는 아니다. 모든 노동처럼 성노동도 노동이고 거래될 수 있다.”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믿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결혼이야말로 가장 고전적인 ‘성 거래’다. 거기서부터 여성의 성이 남성의 소유물처럼 인식되면서 성노동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노동이 여성인권을 하락시킨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 화가 난다. 우리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를 성매매만의 문제로 축소하고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이다. 성노동자들만 사라지면 된다는 식의 논리는 너무 기만적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성노동자가 없어지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남성 마초들도 문제다. 왜 사회에서 남성의 성욕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는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사고이다. 성노동에 대한 사회의 왜곡된 의식과 편견을 깨는데 노력할 것이다.”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 본 기사는 <신동아> 3월호 기사를 발췌한 것으로 기사 원문은 신동아 홈페이지에서 유료로 구매해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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