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인터뷰]“韓中정상, 한반도 통일논의 이미 시작… 中 우려 풀어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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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 이후 한반도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북한의 핵시설을 어떻게 할 것이냐, 예를 들면 유엔 사람들이 들어와서 보전하는 식의 방안들도 (정상 간의) 논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북한의 핵시설을 어떻게 할 것이냐, 예를 들면 유엔 사람들이 들어와서 보전하는 식의 방안들도 (정상 간의) 논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동아일보의 이명박 대통령 인터뷰는 14일 오전 9시부터 2시간 20분가량 청와대 본관 집무실 옆의 백악실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국내외 개별 언론사와 갖는 마지막 인터뷰다. 백악실은 이 대통령이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긴급 회동을 했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이 몰고 온 북핵 위기와 향후 동북아 정세 변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대응 전략 등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그동안 평가나 언급을 삼갔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인터뷰는 동아일보 최영훈 편집국장, 박성원 정치부장이 진행했다. 청와대에선 최금락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박정하 대변인이 배석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핵 대응과 관련해 “중국의 걱정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통일 이후 주한미군의 배치 문제까지 언급했다. 이는 북핵 문제를 보다 큰 틀에서 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북한을 움직일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을 움직이려면 중국이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지, 어떻게 하면 이를 해소시켜 중국의 전향적인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를 근본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 급변 사태 시 미군의 38선 이북 진군 및 주둔 가능성, 이로 인한 미중 간 충돌 가능성, 한반도의 역학구도 변화 등을 우려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은 “(한중) 정상들 간에 (관련)이야기를 시작했다”며 양국 최고위층이 이 문제를 물밑에서 이미 논의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대북정책은 과거 지도부와는 좀 다를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후진타오(胡錦濤) 지도부 때까지는 북한의 안정이 중국에 더 도움이 된다고 봤지만 지금 북한의 행태는 이에 점점 반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 국민의 생각도 바뀌어가고 있다. 시 총서기는 이런 국민의 생각이 좀더 반영되는 쪽으로 갈 거다. 당장은 북한의 안정에 반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지 못하지만 이미 그 작업에 들어가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 북한의 핵실험 계획을 통보받고 바로 우리에게 알려준 것도 북한에만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남북 간에 공정하게 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보여준 거다.

중국은 후진타오 지도부 임기 중반 이후부터 ‘우리를 너무 북한 편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게 중국의 본심이다. 다만 지금은 중국까지 (북한 편에서) 빠져버리면 북한이 무너지고, 무너지면 사태가 복잡해지니까…. 우리가 이걸 (이해)해야 된다. 중국이 걱정하는 (한반도) 급변 사태 시 한중관계와 한미관계가 어떻게 될 것이냐 같은 역학관계와 삼각구도를 잘 이해시켜야 한다.”

―중국 측이 우리에게 “더이상 한반도 통일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

“한국이 주도하는 평화통일이 중국의 이해에 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지만 (그런 내용의) 논문이나 연구결과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다. 지금 한국이 해야 할 것은 통일된 한반도와 1300km의 국경을 맞대게 될 중국 정부의 걱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통일되면 미국의 역할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들에 대한 걱정 아니겠나. 통일 후 미군기지가 북한으로 올라간다든가 거기에 주둔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 한미동맹이 한중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고 미중 간 이해가 상충될 때에는 한국이 평화 유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중국에) 알리고 있다. 정상 간에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중국이 그동안 북한 문제와 관련해 원활히 소통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한중 간 소통이 안 되네, 대화가 안 되네 하는 식의 비판들을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중국이 이제는 북한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북한에 다녀오면 우리에게 그 사실을 알려온다. 북한이 도발하면 우리가 그 진원지를 원점 타격하겠다는 것도 북한에 알리라고 중국에 요청했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도발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면 한국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을 중국을 통해 북한에 공식 통보한 것이다. 중국이 이를 북한에 전했고 그 사실을 다시 우리에게 알려왔다.”

―북한 내 미군기지 주둔 문제와 관련된 한국의 생각에 대해서는 중국도 관심을 많이 보일 것 같다.

“우리가 중국에 그런 내용을 알릴 필요가 있다. 신호를 계속 보내는 게 좋다. 그래야 중국에서도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굉장히 배려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은 비정부기구(NGO) 등을 통해서 (메시지 전달을) 할 수 있다. (급변 사태 시) 북한이 중국 군대를 불러올 것이고, 중국군이 한 번 주둔하면 안 나갈 것이라는 가상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중국이 가장 골치 아픈 게 소수민족 문제다. 티베트도 있고 신장(위구르자치구)도 있고…. 북한이 또 다른 소수민족이 되는 것은 중국이 절대 함부로 못하는 일이다.

우리는 그(급변 사태)때 북한의 핵시설을 어떻게 할 것이냐, 예를 들면 유엔 사람들이 들어와서 보전하는 식의 방안들을 논의해야 한다. 중국도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런 논의들에 대해 한중 양국이 서로 공감대가 있었던 것인가. 얼마나 진전되고 있는 것인가.

“통일을 전제로 한다면 (정상들이) 논의해야 할 주요 어젠다가 무엇이겠나. 중국이 북한에 쳐들어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의 질문에 대해 내가 (공개적으로) 답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해당사자끼리 이야기를 할 때 이런저런 내용들이 다 빠지면 아무 이야기를 못 한다.”
▼ “北 레짐 체인지 논의?… 따끔하게 할 필요있어” ▼

북핵 해법


―북한이 3차 핵실험에서 핵탄두 소형화와 경량화에 성공했다면 북한의 위협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 아닌가. 앞으로의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북한은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북한정권 차원에서는 실패했다고 본다. 북한이 점점 어려운 길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3차에 이어 4차, 5차 핵실험을 하다 보면 국가의 미래 차원에서는 막가는 것이다. 지금은 그 어느 국가도 단독플레이가 힘든 시대가 아닌가. 유아독존이었던 나라들도 이제는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도 혼자 살 수 없으니 핵실험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실패의 길로 들어가고 있다.”

―추가 핵실험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나. 국방부가 3차 핵실험 후 72시간 내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할 수 있겠지. 이미 한 번 했으니까. 북한이 통보를 하고 3차 핵실험을 했으니 또다시 하려고 할 때에는 미리 통보하지 않을 것이다.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다 돼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것인데 ‘앞으로 72시간’ 하는 것이 정확한 예측은 아니다.”

―한국의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여론을 어떻게 보는가.

“지금은 세계와 공존해서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런데 이럴 때 우리가 핵무장을 하겠다고 하면 맞지 않다. 한국 정부가 핵 보유 방침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정부의 비핵화 방침은 분명하다. 다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애국적 생각은 높이 평가한다. 그런 발언을 함으로써 북한이나 중국에 대한 경고가 되는 측면도 있으니까. 우리 사회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남북 간 핵 불균형에 대한 문제 제기가 거세지고 있다. 북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를 논의할 때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역대 정부에서는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레짐 체인지라는 말을 기피했고 북한인권 문제도 전혀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아이를 키울 때에도 좋다 좋다만 하면 점점 버릇이 나빠지는 법이다. 따끔하게 함으로써 아이를 바른길로 인도할 수 있다. 인권 문제도 그렇고 핵 문제에 대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통일 준비를 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이 중심이 되고 다른 주변국들과도 논의해야 한다. 중국은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이 자국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고 했고 러시아도 그것이 동북 시베리아 개발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공식적으로 말은 못해도 그런 분위기가 있다. 목표는 평화적 통일이다. 정말 언제 올지 모르는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핵 문제 해결의 종착점이다.”
▼ “우리도 쥐도새도 모르게 北 타격할 수 있지만…” ▼

아, 천안함


―재임기간에 가장 가슴 아팠던 때가 언제인가.

“천안함 폭침사건 때다. 느닷없이 46명의 젊은 아이들이…. 그들을 찾아내려고 했던 한주호 준위의 순직도 정말 가슴 아프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판단에 이르렀을 때 북한을 때리겠다는 생각도 했나.

“국민들이 알아야 할 것이, 북한이 천안함 소행을 저지른 것처럼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준비가 돼 있다. 정박 중인 북한 잠수함에 들어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있는데도 참은 것이다. 천안함 관련 조사단을 편성할 때 스웨덴 같은 나라들까지 부른 것은 틀림없이 종북 세력들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떠들 것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런 요청에 대해 한 외국 정상이 ‘조사 안 하면 북한 소행인 것을 모르느냐. 뭘 조사까지 하려고 대통령이 애를 쓰느냐’고 묻더라. 그때 이야기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종북 세력에 대한 설명을 해가면서 우리 사정을 이야기할 수도 없고…. ‘역사에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고만 대답했다.”

―동아일보가 천안함 희생자들처럼 나라를 위해 애쓰다 순직한 사람들을 위해 ‘영예로운 제복상’을 제정해서 시상하고 있다. ‘제복 입은 사람들(MIU·Men In Uniform)’을 위한 사회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맞다. MIU상 제정 정말 잘했다. 그동안 그 사람들이 너무 대우를 못 받았다. 한주호 준위는 당시 내가 수색 현장에서 만났는데 ‘조심하라’고 했더니 ‘내 후배들이 물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추워도 들어가야 한다’고 하더라. 대전묘지 갔을 때 46명의 장병과 한 준위 이름을 한 사람 한 사람 다 불렀다. 통일이 오면 그 46명과 한 준위까지 모두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전부 부르려 한다.”

정리=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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