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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미관 해치는 공공건물… 최악 디자인 13곳이 정부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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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미관 해치는 공공건물… 최악 디자인 13곳이 정부발주

동아일보입력 2013-02-05 03:00수정 2013-02-0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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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전문가 100인이 뽑은 ‘한국의 현대건축 Best & Worst 20’ 2000년대 한국 건축물에 대한 건축계의 평가는 인색한 편이다. 1970, 80년대 활약했던 1세대 거장들(김수근 김중업 이희태)에 이어 다양한 양식을 실험했던 1990년대와 달리 2000년 이후 건축물은 자본의 논리에 밀려 진지한 탐구와 실험정신이 실종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건축전문 월간 ‘SPACE’가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2000년대 이후 지어진 건축물이 최고와 최악의 순위 목록을 주도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른바 아틀리에형 소형 설계사무소의 작품들이 최고 20위 목록을 휩쓴 데 반해 대형 설계사무소의 공공건축물들은 최악의 작품으로 많이 꼽혔다.

○ 2000년대는 한국 건축의 황금기?

최고의 현대건축 20개 가운데 2000년 이후 완공된 작품은 모두 13개. 특히 건축가 조성룡(69)은 선유도공원 꿈마루 의재미술관 3개 작품을 20위권에 올려놓았다. 김수근과 김중업(각 2개)보다도 앞선 기록이다. 서울 영등포구 양화동 선유도공원은 정수장시설물, 광진구 능동 꿈마루는 어린이대공원 관리사무소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공원으로 개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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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석 건축사사무소 나우 대표는 선유도공원에 대해 “지속가능한 대도시 속 생태환경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신창훈 운생동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는 꿈마루를 추천하며 “현존하는 건축물을 보존하고 시대성을 살려 리노베이션하는 것 또한 건축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젊은 건축가인 조민석(47)과 이소진(46)도 2000년대를 대표하는 건축가로 부상했다. 조민석의 다음스페이스닷원은 “상투적인 업무공간을 새롭게 해석한 혁신적 공간”(윤승현 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대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소진의 서울 종로구 윤동주문학관은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떠날 때 여운을 남기는 등 건축이 해야 하는 본질적인 것들이 무엇인지 일깨워준 감동적 건축물”(김정인 서로아키텍츠 대표)로 평가됐다.

○ 도시 미관 해치는 공공건축, 주거문화의 부재

최악의 건축 20개 가운데 정부가 발주한 건축물은 13개다. 특히 ‘디자인 서울’이라는 구호 속에 지어진 세빛둥둥섬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서울시 신청사와 함께 최악의 건축 목록 상위를 차지했다.

반포대교 남단 한강 위에 만든 세빛둥둥섬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시성 건축물의 전형” “자연재해 때 안전성도 우려된다”는 혹평을 달았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대해서는 “기억의 장소에 기억을 지워버리는 건축의 폭력” “외형적 화려함만을 추구한 건축물”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붕이 갓 모양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와 전통 건축요소를 어설프게 도입한 국립민속박물관 및 전주시청사는 “대표적인 시대착오적 건물” “전통이라는 키워드가 강박관념으로 이어져 빚어진 변종”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 주거 형태는 아파트다. 그러나 공동주택 가운데는 타워팰리스가 유일하게 최악의 건축 9위에 이름을 올려 주거 건축문화의 부재를 드러냈다. 전문가 3명은 “획일성과 미적인 조악함으로 전 국토를 망쳤다”(김범준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고 비판하며 아파트 자체를 최악의 건축물로 꼽았다.

반면 재미 건축가 우규승이 설계한 88올림픽아파트는 “주거공간 배치에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호평과 함께 5표를 얻어 최고의 건축 공동 21위를 차지했다.

○ 가장 호평 받은 외국 건축가는 이타미준

최고의 건축 20위 가운데 미국 국적의 우규승이 설계한 환기미술관을 포함해 외국인이 설계한 작품은 6개. 특히 재일교포 2세 건축가인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은 포도호텔뿐만 아니라 방주교회(4명)와 핀크스미술관(2명)까지 제주도에 설계한 3개 작품을 모두 최고의 건축으로 추천받았다.

포르투갈 건축가인 알바로 시자의 경우 최고의 건축 16위에 꼽힌 경기 파주시 미메시스 미술관 외에 경기 안양시 미술관 알바로시자홀(2명)과 경기 용인시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내 제2연구동 미지움(1명)이 최고의 건축으로 거론됐다.

기업의 사옥도 다수가 최고 혹은 최악의 건축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최고 20위 목록에는 공간 사옥, 다음스페이스닷원, 광고회사 웰콤 사옥인 웰콤시티, 삼일빌딩, 어반하이브 등 5개의 사옥이 이름을 올렸다. 미국 설계회사 KPF가 설계한 종합 오피스타운인 서초 삼성타운도 5명의 추천을 받아 공동 21위를 기록했다.

반면 종로타워, 교보 광화문 사옥, 서울 강남 아이파크타워는 최악의 건축물로 꼽혔다. 세 건물 모두 외국 건축가가 설계에 참여했는데 해당 공간의 맥락을 무시하고 혼자 군림하려는 오만함이 보인다는 공통된 평가를 받았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한국#현대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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