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구경꾼만 우르르…작전 실패한 솔로대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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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이브 대규모 즉석만남 이벤트… 본보 男女수습기자 참가해보니

남자가 대다수였다. 24일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단체미팅 ‘솔로대첩’에는 1000여 명의 솔로가 모였지만 성비불균형으로 대부분이 짝 찾기에 ‘참패’했다. 이날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기 위해 솔로대첩에 참가한 사람은 경찰 추산 남성 700명, 여성 300명이었다. 단순히 구경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은 2500여 명으로 미팅 참가자의 두 배가 넘었다. 솔로대첩 참가자들이 ‘오빠 한번 믿어 봐’ ‘내 손 꼭 잡아줘’라고 적힌 망토를 걸치고 파트너를 찾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뉴시스
남자가 대다수였다. 24일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단체미팅 ‘솔로대첩’에는 1000여 명의 솔로가 모였지만 성비불균형으로 대부분이 짝 찾기에 ‘참패’했다. 이날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기 위해 솔로대첩에 참가한 사람은 경찰 추산 남성 700명, 여성 300명이었다. 단순히 구경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은 2500여 명으로 미팅 참가자의 두 배가 넘었다. 솔로대첩 참가자들이 ‘오빠 한번 믿어 봐’ ‘내 손 꼭 잡아줘’라고 적힌 망토를 걸치고 파트너를 찾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뉴시스
# “여러분!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 24일이죠? 오후 3시 24분으로 알람 맞춰 주세요! 알람 울리면 남녀 같이 마주 보고 서로한테 가는 겁니다!”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약속한 시간이 되었지만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쭈뼛대며 알람을 맞춰 놓지 않았던 것. 결국 오후 3시 45분 마침내 ‘문’이 열렸다. 남자와 여자를 편 가르고 있던 80여 명의 자경단 사이로 3명 정도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솔로가 된 지 1년. 이렇게 서른을 맞이할 수는 없다. 달려 나가 미리 점찍어 뒀던, 붉은색 니트를 입은 여성 앞에 섰다. “같이 걸으실래요?” ‘솔로대첩’에 참가한 사람들 사이에서 데이트를 신청하는 ‘암호’다. 그녀가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무성의한 대답이 돌아온다. “죄송합니다.” 빨간색 목도리를 두른 또 다른 여성에게 다가갔다. 역시나 실패.(본보 수습기자 권오혁)

# 금방이라도 자경단원들을 밀치고 나올 듯 몰려 있던 남자들이 행사가 시작되자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여자들을 향해 밀려왔다. 압도적인 남성의 수에 여성들이 파도에 쓸려 나가듯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멀찌감치 까치발을 하고 지켜보던 관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눈길이 부담스러워 괜히 옆에 있는 여성에게 말을 걸어 봤다. 하얀색 목도리를 한 남자가 한 발짝 앞에 와서 멈췄다. “같이 걸으실래요?” 한눈에 봐도 나보다 한참 어려 보였다. “됐어요.” 울상을 지으며 그가 돌아섰다. 그를 시작으로 7명이 말을 걸어 왔다. 옆에 서 있던 여성에게도 남자 2명이 쭈뼛대며 말을 거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녀의 대답도 “죄송합니다”였다.(본보 수습기자 조은애)

최저기온 영하 13.6도의 혹한. 대규모 즉석 만남 이벤트 ‘솔로대첩’ 행사장은 ‘패잔병’ 천지였다. 해가 바뀌기 전에 짝을 찾아보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몰려들었지만 대부분은 별다른 소득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경찰 추산 3500명이 모였지만 짝을 찾아 나선 행사 참여 남성은 700명, 여성은 300명이고 나머지는 호기심에 구경하러 나온 관중이다. 당초 주최 측은 남성은 흰 옷, 여성은 빨간 옷을 입고 오라고 권했지만 실제로 드레스코드를 지킨 사람은 20%도 안 되는 듯 보였다. 게다가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아 남성 참가자들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망한 것 같네요. 더 추워지기 전에 다른 곳에 가서 술이나 마셔야겠어요.” 친구 2명과 함께 와 4번이나 퇴짜를 맞았다는 문모 씨(21)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성들에게 암호 대신 “남자친구 있느냐”라고 직설적으로 묻고 다니던 이모 씨(21)는 “부산에서도 솔로대첩이 열리지만 서울이 사람이 많아 더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 부산에서 올라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솔로대첩은 5분여 만에 끝나고 행사에 참여한 남자들끼리 ‘씨름 한마당’을 벌이기도 했다.

‘가뭄에 콩 나듯이’ 미팅에 성공한 사람도 있었다. 행사에서 만난 장모 씨(25)와 이모 씨(24·여)는 “정통 데이트 코스대로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저녁 먹으러 갈 것이다”라며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공원을 나섰다.

우려됐던 ‘엉만튀(엉덩이 만지고 튀기)’ ‘가만튀(가슴 만지고 튀기)’ 등과 같은 성추행은 찾아볼 수 없었고, 비교적 질서정연하게 진행됐다. 1시간여가 지나자 다시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모였다. 아쉬움에 여전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어떡하지?” “이게 뭐야?”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방면의 공원 입구를 나서자 분홍색 티셔츠를 입은 20여 명이 주먹만 한 검은색 박스를 나눠 줬다. 티셔츠에는 한 온라인 모텔 마케팅 사이트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안에는 콘돔이 들어 있었다. 여의도역까지 가는 길바닥 곳곳에 검은색 박스와 버려진 콘돔들이 눈에 띄었다.

앞서 여의도공원은 행사를 강행할 경우 고발하겠다고 경고했지만 행사가 특별한 불법 상황 없이 진행되자 고발은 하지 않았다. 이날 서울 부산 광주 충북 등 9곳에서 솔로대첩이 열렸으며 인천 대전 충남 등 5곳의 행사는 취소됐다. 경찰청은 관중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6360명이 이번 행사에 참가했으며 순수 참가자는 286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채널A 영상] 솔로대첩, 눈물나는 성비 불균형

정리=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여의도#솔로대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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