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정답은 층층이 다양한 저층 주상복합… 건축가 황두진씨 작품 ‘무지개떡’ 3층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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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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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건축상 우수상 받아

[1] 건축가 황두진이 ‘무지개떡 빌딩’ 1호로 지은 서울 종로구 궁정동 ‘더 웨스트 빌리지’ 1층 카페 앞에 앉았다. 그는 도시의 이상적인 주거 형태로 고층 아파트나 단층 주택이 아닌 5층 규모의 저층 고밀도 복합건물을 제안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 ‘더 웨스트 빌리지’는 북향 건물이다. 2, 3층 주거공간의 경우 북쪽으로 큰 창을 내어 북악산과 인왕산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3] ‘더 웨스트 빌리지’의 살림집 주방. 건물이 북향으로 지어져 건물 뒤쪽인 남측면이 다세대 주택을 향하게 됐다. 다공성 벽체로 쌓아 빛은 들어오게 하되 시선은 차단했다. 박영채 씨 제공
[1] 건축가 황두진이 ‘무지개떡 빌딩’ 1호로 지은 서울 종로구 궁정동 ‘더 웨스트 빌리지’ 1층 카페 앞에 앉았다. 그는 도시의 이상적인 주거 형태로 고층 아파트나 단층 주택이 아닌 5층 규모의 저층 고밀도 복합건물을 제안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 ‘더 웨스트 빌리지’는 북향 건물이다. 2, 3층 주거공간의 경우 북쪽으로 큰 창을 내어 북악산과 인왕산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3] ‘더 웨스트 빌리지’의 살림집 주방. 건물이 북향으로 지어져 건물 뒤쪽인 남측면이 다세대 주택을 향하게 됐다. 다공성 벽체로 쌓아 빛은 들어오게 하되 시선은 차단했다. 박영채 씨 제공
‘내 집 짓기’ 경험담이 잘 팔리는 요즘에도 그는 ‘저층 주상복합 건물이 도시 주거의 정답’이라고 주장한다. 지상 4, 5층 높이의 건물을 지어 1층은 상가, 중간층은 사무실, 위층은 주거용으로 하고 옥상에 정원을 만들어 ‘마당 있는 집’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키자는 제안이다. 일종의 상가주택 개념인데, ‘무지개떡 건축’과 ‘무지개떡 아파트’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 출원도 했다. 황두진 황두진건축사사무소 소장(49)이 그다.

“무지개떡 건물은 1층부터 꼭대기층까지 한 가지 용도로만 활용하는 ‘시루떡’ 건물에 상대되는 개념입니다. 주거와 상업, 업무 시설 등 다양한 용도의 시설을 층을 달리해가며 한 건물에 모아놓아 무지개떡이라고 이름 지은 것이지요.”

그가 서울 종로구 궁정동 길가에 지은 무지개떡 건물 1호 ‘더 웨스트 빌리지’(2011년)는 올해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받았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하엔 갤러리, 1층은 카페, 2, 3층은 복층 주거 공간으로 완성했다. 처음엔 지상 4층으로 설계했지만 길 건너 청와대가 있어 1층이 깎이고 옥상정원도 허가가 나지 않았다.

“건물은 길과 상호작용을 해야 도시가 살아납니다. 고층 아파트는 주위와 단절돼 있어 문제이지요. 그렇다고 전원형 모델인 단독주택이 아파트의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인의 약 83%가 도시에 삽니다. 도시를 제외한 대안, 도시에서 밀도를 무시한 대안은 솔루션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황 소장이 꼽는 상가주택, 아니 무지개떡 빌딩의 덕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직주(職住)근접으로 출퇴근 시간을 줄여주고 단독주택보다 에너지를 덜 쓰니 환경친화적인 모델이다. 1층에 한 번쯤 들어가 보고 싶은 식당이나 상점이 있으면 길이 살아나고 해가 지면 우범지역이 되는 다세대주택과 달리 안전하다. 상주인구를 확보할 수 있어 도심 공동화도 막을 수 있다.

그가 제안하는 저층고밀도 복합건물은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가 저서 ‘길모퉁이 건축’(2011년)에서 제안한 ‘길모퉁이 중간건축’과 비슷하다. 김 교수의 중간건축도 도시의 길모퉁이 이면에 면해 있으면서, 엘리베이터 없이 오르내릴 수 있는 높이에, 주거와 상업과 업무 공간이 섞여 있는 건물을 말한다.

황 소장은 “단독주택 하나하나는 환경친화적일지 몰라도 전체를 모아놓고 보면 가구당 점유 면적이 넓고 에너지 소비량이 많아 도심의 아파트보다 결코 환경에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베스트셀러 ‘도시의 승리’(2011년)에서 주장했던 “도시가 전원보다 환경친화적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설명이다.

그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7층, 경기 과천에 3층 규모로 무지개떡 빌딩 2호와 3호를 짓고 있다. 과천 빌딩은 고 이윤기 씨의 딸인 번역가 이다희 씨 부부가 살 집이다. 1층과 2층의 절반은 카페이고 나머지 절반과 3층이 주거용이다. 옥상엔 작은 정원도 만들 계획이다.

무지개떡 건물 실험은 내년 4월 완공 예정인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충남 현대캐피탈 천안연수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속 배구팀을 위한 경기장을 지으면서 관중석 위쪽 빈 공간에 선수용 숙소를 지어 넣은 것이다. 새로운 ‘직주 근접’ 설계인 셈이다.

한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지으며 한옥의 진화 방안을 모색해온 황 소장은 한옥에도 무지개떡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2009년 경기 이천시 휘닉스스프링스 골프클럽 게스트하우스를 지하 1층, 지상 2층(총면적 1868m²·약 565평) 규모의 한옥으로 완공한 바 있다. “도심에서 토지를 한 번 쓰고 마는(단층 건물을 짓는) 사치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여흥을 위한 건축밖에 안 되지요. 한옥도 다층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황두진#무지개떡#서울건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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