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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주의 ‘삶과 죽음 이야기’]<11>의사들이 죽음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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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주의 ‘삶과 죽음 이야기’]<11>의사들이 죽음을 모른다

동아일보입력 2012-10-30 03:00수정 2012-10-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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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서울시 의사회에서 웰다잉 강의를 마칠 때쯤이었다. 한 의사가 일어나서 하는 말이 의과대학 시절부터 환자 치료만을 배웠을 뿐이어서 죽어 가는 사람을 다루는 법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말기 환자들의 불안심리나 통증도 이해하지 못해 답답했다고 한다. 의사들도 죽음 공부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많은 개업의가 저녁에 병원 문을 닫고 도시락으로 저녁을 먹으며 웰다잉 강의를 듣는 것도 그런 열성에서 나온 것이리라. 더 진지한 이야기는 강의 후 호프집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면서 듣게 되었다. 40대와 50대 초반의 의사들은 호스피스 치료나 완화 의료 등이 낯설어 환자들을 관련 의료기관으로 보내는 데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고백도 했다.

환자 진단-치료에만 전념

지금에야 생각해 보니 자신들이 의대에 다닐 때 왜 죽음학에 대한 교육과정이 없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단다. 한 의사는 말기암 환자인 자신의 어머니를 큰 종합병원에 모시고 갔는데 여러 가지 검사 끝에 담당 주치의로부터 더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만 받았다. 환자를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설명이 없었다. “의사가 죽음을 모르는 것은 우리들에게 상식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내가 환자 가족이 돼 보니 그처럼 비상식적인 일이 없었어요.” 그가 쓴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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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병원 내과 의사 100여 명이 죽음학 강의를 처음 들은 것은 5년 전이다. 환자 진단과 치료에만 전념해 온 그들이 이런 강의를 듣는 것 자체가 생소했다. 전국 어디에서도 없던 일이다. ‘의사들도 죽음을 알아야 한다’며 강의 개최에 앞장 선 의사가 정현채 교수다. 죽음학 전문 교수를 초빙해 의사들에게 존엄한 삶의 마지막 마무리란 무엇인지를 설명하도록 했다.

“옛날에는 천둥과 번개를 하늘의 노여움으로 알고 불안과 두려움에 떨었지만 그 실체를 파악한 뒤부터는 모두들 공포감을 덜 느끼게 되었지요. 죽음도 이해하고 나면 인식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의사들도 이를 알아야 환자들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투병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요.”

죽음이라는 문제를 오래 방치하고 외면하다 보니 말기 환자들을 만나도 주춤하며 물러서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의사가 된 지 20여 년을 훌쩍 넘어서야 죽음 문제에 눈을 뜨게 되었다. 최근에는 전공인 내과학보다 더 많은 시간을 죽음학에 쏟고 있다. 서울대 의대 의예과 신입생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죽음에 대한 인식’을 강의하고 본과 3학년 학생들과는 죽음에 대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4학년 강의에서는 다른 교수가 ‘존엄사와 사회적 의사소통’이라는 주제를 다루기도 한다.

이제야 의사 지망생들에게 죽음학 또는 생사학이라는 이름의 강의가 시작된 것이다. 전국의 다른 의대도 이를 따르고 있거나 뒤늦게 준비하고 있다. 죽음학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관련 장면이 나오는 우리나라 영화를 보여 주면 눈물만 흘리는 게 문제였다. 정 교수는 이래선 안 된다 싶어 여러 대학에서 이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 외국 영화들을 강의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의대 시절의 커리큘럼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지적한다. 서울대 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는 레지던트 시절에 겨우 한 달 동안 말기 환자의 통증과 증상에 대해 공부한 게 호스피스 교육의 전부였다고 말했다. 전문의로 활동하다가 국립암센터에서 호스피스 고위 과정을 거치면서 죽음의 문제를 더 알게 되었다. 말기 환자들의 증상 조절이나 심리적 지원에 관한 것을 진작 더 많이 공부했더라면 그들에게 더 잘해 줄 수 있었을 터인데 그걸 몰라서 문제를 회피했고 자신도 무력감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때를 생각해 보면 너무 부끄럽다고 털어놓았다.

“이제는 2번째 또는 3번째 암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암 생존자들을 어떻게 끌어안고 갈 것인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계속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고 그걸 털어 낼 요량으로 아예 검진조차도 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힘든 건 양쪽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는 생존자들에게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암 정보 교육에도 참가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호스피스 치료에 적절히 대응못해


최철주 칼럼니스트
작년 가을 세미나 참석을 위해 한 종합병원에 들렀을 때 본관 접수창구에서 60대 여인이 내게로 다가왔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웰다잉 교육장에서 강의를 들으며 질문을 던졌던 사람이다. 그는 눈물을 글썽이다가 잠시 감정을 추스르며 말했다. 남편이 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말기 환자로서 작성한 사전의료의향서를 주치의에게 제출하며 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단다. 그런데 그 의사는 “이런 게 뭐예요” 하며 서류를 밀쳐 냈다. “우리 남편이 마지막에 심폐소생술 같은 거 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니 제발 들어주세요” 하고 애원했더니 그건 의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묵살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남편이 위독한 상태에 빠졌을 때 의료진이 달려들어 심폐소생술을 하느라 큰 소동이 벌어졌다. 남편은 오만 고통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오죽했으면 남편이 떠난 지 반년이 지났는데 그가 나에게까지 눈물을 보일까. 마음이 아팠다. 60세를 막 넘긴 그 의사는 아직도 환자의 마지막 희망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최철주 칼럼니스트 choicj114@yahoo.co.kr
#의사#죽음#호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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