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술을 마시면 폭언과 폭력을 퍼붓는 남편을 견디지 못한 백효은 씨(36)는 세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왔다. 아는 사람 집에서 신세를 지길 열흘, 은평구 응암동 모자자활시설 ‘흰돌회’에 빈자리가 생겨 방 한 칸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설에 입소한 지 약 1년이 지난 24일 백 씨는 큰 선물을 받았다. 그토록 바라던 ‘집’이었다. 백 씨는 서울시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단법인 빅이슈 코리아가 주최한 제1회 ‘민들레 예술문학상’에서 수필 ‘꿈의 공장’으로 노숙인 및 주거취약계층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서울시는 백 씨 등 수상자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백 씨가 상금으로 받는 150만 원도 입주 때 필요한 본인부담 보증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백 씨는 “예전 집은 내게 숨조차 쉬기 힘든 척박한 곳이었다. 폭력에 시달리며 아무런 희망도, 꿈도 없이 살아왔다. 하지만 집을 나온 뒤로는 저 같은 처지의 엄마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며 “이번 수상으로 그 꿈이 더 확고해졌다”고 했다.
수필 속에는 백 씨와 아이들의 시설 생활이 담백하게 담겨 있다. 친구들이 알면 부끄럽다며 방 앞의 ‘흰돌회’ 팻말을 떼자는 딸의 말에 가슴앓이를 했던 일 등이다.
백 씨는 “새 집으로 이사하려면 살림살이도 장만해야 하고 아이들 학교도 옮겨야 해 걱정이 된다”면서도 “공부도 더 하고 저축도 많이 해 나와 같은 처지의 엄마들이 살 수 있도록 건물을 사는 꿈만은 계속 키워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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