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운동가 편해문 씨 “아이들 자살-학교폭력-왕따…진짜 이유는 ‘이것’”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3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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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잘 논 아이는 짜증을 모르고, 10년을 잘 논 아이는 마음이 건강합니다."

어린이 놀이운동가 편해문 씨(43)가 최근 펴낸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소나무)는 아이들의 행복과 놀이와의 관계를 다룬 책이다. 그는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즐겁게 놀던 에너지와 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도 놀고 싶은 아이들 편이 되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놀이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온 동네를 뛰어다녀야 아이입니다. 구르고, 뒹굴고, 물어뜯고, 때로 비명도 지르며 한 시절을 보내야 아이다운 아이죠. 아이들은 아직 사람이 아니에요. 짐승이 사람이 되려면 놀아야 합니다. 놀아봐야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뭘 해야 재미있고 행복한지를 알 수 있죠. 적어도 열 살까지는 공부보다 소중한 게 놀이입니다."

그는 청소년들의 자살, 학교폭력, 왕따가 심해지는 원인을 '놀이의 실종'에서 찾았다. 왕따는 놀지 못해 더는 견딜 수 없는 아이들이 살려고 만들어낸 처절한 놀이라고 했다.

"악취가 진동하는 공간에서 오직 달걀만 낳도록 강요받으며 하루 종일 잠도 못자는 닭들은 어떻게 버틸까요. 그 생존전략이 바로 '괴롭히기'입니다. 닭장 속 닭들은 허약한 닭을 부리로 쪼면서 제 고통을 잊습니다. 이마저 못 하도록 막는다면 남는 것은 자해밖에 없을 겁니다."

놀지 못한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논다. 소비, 폭력, 섹스, 인터넷 게임 중독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는 "게임은 처음부터 중독을 전제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셧다운제니 인터넷 종량제니 별별 수단을 다 써도 소용없다"며 "게임중독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아이들에게 '놀이밥'을 먹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넘게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고 전국 곳곳을 다니며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 사라진 전통 노래와 놀이를 채집해 복원했다. '께롱께롱 놀이노래'(보리) '어린이 민속과 놀이문화'(민속원) '옛 아이들의 노래와 놀이 읽기'(박이정) '동무 동무 씨동무'(창비) 등이 그 결과물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놀이 방법을 볼 수 있는 인도 파키스탄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를 돌아다니며 애들이 노는 사진을 찍어왔다. 편 씨는 이렇게 채집한 별별 놀이를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 공부방의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가르쳐주고 함께 놀도록 지도한다.

"아이들에게 물건을 함부로 사주지 마세요. 소비의 맛을 알면 놀이는 끝입니다. 장난감 코너에서 울며 떼쓰는 것은 '아빠, 제발 나랑 놀아줘'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놀이터에 가도 아이들이 없다고요? 내 아이가 옆집 아이를 기다리는 첫 아이가 되도록 해주세요. 아이들의 삶이 달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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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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