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띄우는 고마운 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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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여고생, 브라질의 전직 축구선수, 말레이시아의 대학생…. 케이팝(K-pop·한국 대중가요)의 인기를 세계로 확산시키는, 이른바 ‘빅 마우스(Big Mouth·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는 다양했다.

케이팝 확산의 1등 공신은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다. 그리고 그 소셜미디어를 만들어 가는 건 수많은 평범한 사용자다. 방송사와 대형 기획사가 아니라 ‘케이팝 팬의 친구들’이 케이팝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 한류 확산시키는 빅 마우스

소녀시대, 빅뱅 등을 앞세운 한류(韓流)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류가 어디서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영남대 사이버감성연구소는 한류의 발원지를 추적하고 실제 한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1일부터 약 3개월에 걸쳐 트위터의 트윗(개별 글)을 분석했다. 북미와 남미, 아시아, 유럽 등 4개 대륙별로 케이팝을 언급한 트윗을 모두 수집한 뒤 각 트윗을 올린 계정 사이의 네트워크를 조사했다.

그 결과 케이팝에 관한 소식을 트위터로 확산시키는 과정에는 뚜렷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빅 마우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은 한류 팬으로 시작해 관련 정보를 모으다 ‘정보의 허브(hub)’가 된 아마추어 전문가였다.

일본에서는 ‘kpop_lov’라는 아이디를 쓰는 트위터리안이 케이팝 이슈를 다루는 데 가장 영향력이 컸다. 트위터 프로필에 따르면 후쿠오카에 사는 고교 2학년 여학생이다. 한류의 주 소비계층인 10, 20대 여성으로, 또래 친구들과 케이팝 정보를 나누다 한류 전도사가 된 것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2009년 문을 연 ‘데일리 케이팝 뉴스’(dkpopnews.net)라는 한류 전문 블로그가 한류 확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 하루 방문 횟수가 28만 회에 이르는 이 웹사이트는 영어로 운영되기 때문에 필리핀, 싱가포르 등 영어를 쓰는 아시아 국가는 물론 미국, 호주의 방문자도 끌어들였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케이시 우이 씨는 말레이시아의 대학생으로 ‘dailykpopnews’라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블로그를 알리고 있다.

▼ 북미선 한류미디어, 유럽-남미선 유명인이 케이팝 전도사 ▼

유럽에선 독일, 프랑스, 영국을 중심으로 한류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와 독일에서 케이팝 관련 트윗이 활발하게 나타났다. 독일에서 한류를 알리는 첨병은 한국계 모델 넬라 리(한국명 이방희) 씨다. ‘nelapanghylee’라는 아이디를 쓰는 리 씨는 가장 영향력이 큰 트위터리안으로 조사됐다. 프랑스에선 인터넷 라디오 ‘케이팝 에프엠(K-pop FM)’의 기술담당 조너선 그레이(트위터 아이디 jonathangreys) 씨를 통해 케이팝 정보가 주로 확산됐다.

○ 아시아와 유럽, 미국의 차이

흥미로운 지역별 차이도 드러났다. 세계에서 트위터 사용자가 가장 많은 북미 지역에서는 일본 여고생, 말레이시아 대학생 같은 아마추어 한류 팬보다는 기업 형태의 미디어가 한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에서 케이팝을 확산시키는 트위터 허브는 ‘dramafever’라는 계정이다. 이는 사람이 아니라 한국 드라마와 뮤직비디오 등을 서비스하는 한류 전문 미디어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류 정보 웹사이트 중 하나다.

유럽과 남미는 미국처럼 기업화된 트위터는 아니지만 유명인들이 한류 전파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독일의 넬라 리 씨는 물론 브라질에서도 ‘fer_gay’라는 축구선수 출신의 TV 리포터가 한류 팬이 되면서 다양한 한국 대중문화를 소개해 케이팝 허브 역할을 했다.

조사를 진행한 박한우 영남대 사이버감성연구소 교수는 “트위터 연결망을 분석하면 한류 확산이 아마추어 미디어와 열성 팬들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이런 방법론을 이용해 체계적으로 분석하면 지속적인 한류 확산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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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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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한류#여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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