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자매 부모 “그렇게 잘해줬는데 원망스러워…두딸 없어 눈물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6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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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하루빨리 잡히도록 모두들 관심가져 주길"

"그렇게 잘해줬는데 믿을 수가 없었어요. 원망스러운 마음뿐입니다."

6일 울산 중부경찰서에서 만난 자매 피살사건의 피해자 부모는 매우 지친 상태였다.

사건 발생 이후 35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 속에 울산과 부산지역 해수욕장을 다니며 이 사건 용의자 공개수배 전단을 뿌리느라 팔에는 화상을 입었다.

휴가를 낸 친척들과 함께 부산 기장군 함박산 일대를 돌며 용의자 김홍일을 찾아다닌 지도 10여일이 지났지만, 성과는 없었다.

부모는 매일 아침 6시가 되면 두 딸이 없다는 현실에 하염없이 눈물만 흐른다고 했다.

오전 6시는 두 딸이 출근 준비를 하면서 주점 일을 마치고 돌아온 부모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시각이다.

아버지는 "다음 날 아침 출근하려면 지칠 텐데 두 딸은 늘 퇴근하고 난 뒤 가게일을 도와주러 왔어요. 내 딸이지만, 요즘 아이들 같지 않은 자식이었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부모가 기억하는 용의자 김홍일은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다.

그는 2008년 피해자 부모가 가게를 열었을 때 5개월 가량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이후부터 사건 발생 전까지 한 달에 두세 번은 가게에 들러일을 도와주곤 했다.

어머니는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일손을 거들어 줘서 기름 값에 보태라고 돈을 주기도 했어요. 딸이랑 나이가 비슷해서 잘해줬는데 이런 일이 생기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라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부모에게 가장 힘든 점은 '사건이 잊히는 것'이다.

부모는 "전단을 붙이고 있을 때 사람들이 와서 '아직 안 잡혔어요?'라고 물을 때마다 가슴이 미어져요. 어서 범인이 잡혀서 우리 딸들이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제발 관심 좀 많이 가져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부모는 경찰서를 나서며 "다시 부산으로 가서 수배전단을 뿌릴 거에요. 시간이 갈수록 더 마음이 아파져 와요"라는 말을 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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