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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떡된 닭튀김? 괜찮아요 ‘야매요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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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떡된 닭튀김? 괜찮아요 ‘야매요리’니까!

동아일보입력 2012-08-02 03:00수정 2012-08-02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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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마저 즐기는 웹툰 ‘역전! 야매요리’ 작가 정다정 씨
웹툰 ‘역전! 야매요리’로 유명해진 정다정 작가는 마감할 때는 부엌 붙박이가 되고 마감이 끝나면 각종 인터넷 유머사이트를 돌아다닌다. 그러다 보니 가끔이라도 만나는 이성은 ‘고기 파는 정육점 오빠’가 전부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연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100부작까지는 하고 싶다. 적어도 뒤돌아봤을 때 후회를 남기고 싶진 않다”고 답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소금을 ‘소금소금’, 후추를 ‘후추후추’ 넣고 밀가루 옷을 입힌 새우반죽에 계란 ‘로션’을 발랐다. 반죽은 그에게로 와서 ‘랍새우’, 랍스터 맛을 흉내 낸 새우가 됐다. 속세에서 품고 온 온갖 먼지를 서울 수돗물로 씻어낸 닭에 치킨파우더를 입히고 야심차게 튀겼다. 물결무늬 닭튀김을 기대했는데 물컹물컹한 ‘닭떡’이 됐다. 뭐, 그래도 괜찮다. ‘야매요리’니까.

네이버 토요웹툰 ‘역전! 야매요리’의 정다정 작가(21)는 실패가 두렵지 않다. 그가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건 부엌을 어지럽혔을 때나 ‘엄마 명의의 냉장고 속 재료’들을 건드렸을 때 뒤에서 날아오는 엄마의 ‘등짝 스매싱’뿐이다. 지난달 말 서울 광화문 카페에서 정 작가를 만났다.

―소금을 ‘소금소금’ 뿌리고, 오이를 ‘오잇오잇’ 썬다는 표현이 재밌다.

“요리를 설명할 때 ‘소금 두 스푼 넣고, 오이를 가지런히 몇 mm 두께로 자르세요’ 하는 표현이 와 닿지 않았다. 그냥 단순하게 재료를 두 번 반복해서 말하니까 의도했던 느낌이랑 잘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요즘은 독자들이 이런 표현법을 식상해하는 것 같아서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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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량도 ‘아빠 숟갈 2개, 아빠 밥그릇 1개’ 하는 식인데….

“요리는 ‘감’인데 몇 g, 몇 스푼하면 머리 아프지 않나. 하지만 정식 레시피를 완전히 무시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면 설탕 3g에 밀가루 6g이면 설탕과 밀가루를 1:2의 비율로 넣는다. 계량스푼 대신 아빠 숟갈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요리 웹툰을 그리게 된 연유는….

“원래 먹는 걸 무척 좋아했다. 지난해 9월 말쯤 요리 블로그를 통해 자유롭게 사진과 막 그린 그림, 간단한 레시피를 올렸는데 네이버 웹툰 관계자의 눈에 띄었다. 보통은 만화가 단계를 밟고 데뷔하는데 난 ‘야매’(일본어 ‘야미(暗)’에서 기원한 속어로 비정통적인 방법을 가리킴)로 데뷔한 느낌이랄까. 그렇다 보니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지고 그게 일종의 콤플렉스지만 이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들의 모자이크와 같다.”

―외고를 다니고 유학도 갔다 온 엘리트라고 들었다.

“외고라고 하니까 다들 공부를 무지 잘했겠구나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부산외고를 다니면서 ‘명문대 입학’이라는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고 사는 풍토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음고생을 했다. 가출도 했다. 결국 1학년 마치고 외국 대학에 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미국 캘리포니아로 혼자 갔다.”

―요리 웹툰 작가가 될 거라고 상상했나.

“지난해 초 미국에서 고교 졸업을 하고 귀국했을 땐 그냥 입시준비생일 뿐이었다. 우연찮게 데뷔했지만 부모님은 탐탁지 않아 하셨다. ‘요리를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그게 아니면 공부를 열심히 하든가’ 하는 식이셨다. 나는 왠지 대학을 안 갈 것 같다 싶었고 그래서 이 일에 더욱 매달렸다.”

―웹툰을 연재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 또래라면 보통 길거리에서 파는 옷이나 액세서리에 눈길이 갈 법도 한데 나는 요즘 주방용품에 눈이 돌아간다. 요즘은 야채 탈수기가 그렇게 갖고 싶다. 샐러드 만들 때 물기가 있으면 짜증난다. 사회생활을 조금 일찍 경험했고 만나는 이들도 대체로 어른들이다 보니 세상 보는 눈이 넓어졌다. 노동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즐겁게 실패하자! 실패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덤비자. 과정이 즐거우면 된다. 웹툰 독자층이 주로 청년층이다. 어른들이 하는 말씀과 별다를 바 없어서 실망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내가 곧 산증인 아닌가. 20대 또래들의 영감이자 에너지가 되고 싶다.”

정 작가는 웹툰 연재작을 한데 묶어 곧 단행본을 낼 계획이다. 웹툰에서 소개했던 메뉴들을 요리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개선한 레시피도 부록으로 넣을 예정이다. “요리 따라하고 맛이 없다는 분들, 잘 따라하고 계신 겁니다”라며 넉살을 부리던 그가 인터뷰 말미에 한마디 툭 던졌다. “‘야매요리’의 생명은 실패인데, 요즘 요리 실력이 자꾸 늘어서 걱정이에요.”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웹툰#정다정#역전 야매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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