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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하우스푸어 리포트]<上>빚에 갇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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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하우스푸어 리포트]<上>빚에 갇힌 사람들

동아일보입력 2012-07-16 03:00수정 2012-07-18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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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인줄 알았는데… 5억 빚내 9억에 산 집 7억에도 안팔려
인천에서 법무사를 하는 이모 씨(57)는 2007년 9월 6일을 잊지 못한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두 번, 용인시 수지에 한 번 아파트 청약에 떨어진 뒤 3전4기 끝에 당첨된 날이기 때문이다. 그가 당첨된 용인 수지구 상현동 심곡마을 D아파트 158m²는 경쟁률이 20.5 대 1이었다. 그는 “로또에 당첨됐다”는 친구들의 말에 그날 저녁 한우 등심으로 한턱냈다.

하지만 이 씨는 분양대금 9억1900만 원 중 은행 대출 5억 원과 친지로부터 빌린 2억여 원 등으로 중도금까지는 냈지만 잔금 1억9000만 원을 내지 못했다. 살고 있던 인천 송도 아파트는 값이 너무 떨어져 처분한다고 해도 대출을 갚고 나면 1억 원 정도만 남아 잔금을 맞출 수 없게 돼버렸다. 이 씨의 아파트는 지금 시행사 소유로 돼 있고 한 달에 300만 원 넘는 이자는 마이너스 통장과 카드론으로 돌려 막고 있다.

이 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국을 덮치기 직전 수도권 아파트를 구입한 하우스푸어의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이 씨와 같은 시점에 거액을 빌려 아파트를 장만한 이들이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것으로 보고 있다.

○ 가격 떨어져 LTV 80% 초과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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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가 당첨된 D아파트는 2009년 10월 입주해 2년 9개월이 지났지만 860채 중 26채가 미분양이다. 이 씨처럼 분양금을 내지 못해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은 아파트까지 합치면 주인을 찾지 못한 아파트가 100채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아파트의 ‘대표 크기’인 158m² 3개 동 124채 중 17채가 시행사 소유였다.

그나마 분양금을 완납한 소유주들도 대부분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다. 158m²형 30채로 이뤄진 206동에서 시행사가 소유한 3채를 제외한 27채의 주택담보대출 합계액이 118억5000만 원에 이른다. 평균 주택담보대출 액수는 4억3800만 원에 이르고 이 액수가 5억 원 이상인 집도 13채나 된다. 같은 면적인 205동에서는 26채가 64억 원을, 214동은 54채가 151억 원을 각각 주택담보대출로 빌렸다.

또 D아파트 107채 중 소유주가 직접 거주하는 가구는 31채(29.0%)로 국내 전체 아파트의 자가 거주비율인 63.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소유자가 사는 31채 중 빚이 없는 가구는 8채(7.4%)에 불과했다.

대출이자 부담도 아주 크다.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5%, 2금융권 금리를 연 10%로 가정했을 때 D아파트 107채 중 이자로 내는 돈이 연간 2000만 원 이상인 집이 43채에 이른다. 시공사인 H건설 관계자는 “분양 당시 집단대출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선인 5억 원까지 받은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서 대출금액이 LTV의 80%를 초과하는 집도 속출하고 있다. 중개업소에 매물로 나온 158m² 가격이 6억5000만 원 선이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대출금액이 LTV의 80%인 5억2000만 원이 넘는 집이 107채 중 26채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 “대출 생각만 하면 잠이 안 와”

엄청난 대출금을 안고 살아가는 이유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거래가 끊겨 ‘출구’가 막혔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860채 중 총 180채인 158m²형은 올해는 거래 건수가 제로였고 지난해 1건, 2010년 1건 등 모두 2건이 총 거래 건수였다.

이 아파트 상가에 입주한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가가 원래 주변시세보다 10% 정도 높았지만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서 가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며 “분양가보다 1억 원 정도 싸게 매물로 내놓아도 주변의 같은 크기 아파트보다 1억 원 이상 비싸기 때문에 사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카드론과 마이너스 통장 등으로 이자를 내고 있는 소유주 중에는 급기야 한계 상황에 이른 이들이 나오고 있다. 5억 원을 연 4.25% 금리로 쓰고 있다는 한 주민은 “입주 이후 낸 대출이자만 월 177만 원씩 총 5000만 원이 넘는다”며 “마이너스 통장도 한도가 차서 이자를 몇 달이나 더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아파트를 팔고 싶어도 사가는 사람이 없어 꼼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 큰 문제는 입주하면서 받은 대출은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3년)이 올해 8월로 끝나 9월부터는 원금도 내야 한다는 점이다. 담보대출로 4억 원을 쓰고 있다는 최모 씨는 “다른 은행으로 대출을 갈아타려고 알아봤더니 아파트 가격이 하락해 3억5000만 원밖에 대출이 안 된다고 하더라”라며 “대출 생각만 하면 밤에 잠이 안 온다”고 진저리를 쳤다.

이 아파트 때문에 고통을 겪는 건 소유자들만이 아니다. 시공사인 H건설은 시행사로부터 공사대금의 일부만 받은 상태다. 아파트 시행사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했던 부산저축은행은 지난해 영업정지됐다.

:: 하우스푸어(House Poor) ::

큰 금액의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했다가 원리금을 갚느라 생계가 힘든 이들을 말한다. 본인 소유 주택 외에는 자산이 거의 없어 집값이 오르지 않는 한 원리금 상환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

channelA “집, 재산 아닌 웬수”…늘어가는 ‘하우스푸어’

황진영 기자 legma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서형석 인턴기자 건국대 경제학과 3학년  
#하우스푸어#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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