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500원짜리 동전에 남은 과학자 뉴턴의 흔적은 □□□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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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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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10원, 5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왼쪽부터 10원, 5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문제 하나. 500원짜리 동전에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천재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1642∼1727)의 작은 흔적이 하나 남아 있다. 무엇일까.

힌트 하나, 매우 작고 100보다 큰 것이다. 힌트 둘, 금화나 은화에도 있었다. 힌트 셋, 약 30년 동안 뉴턴이 지냈던 공직과 연관이 있다.

○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흔적

뉴턴의 이름 앞에 약 30년간 따라다녔던 직함은 영국 왕립 조폐국장이었다. 1696년 감사관으로 처음 조폐국에 발을 들여놓았던 그는 3년 만에 국장 자리까지 올랐다. 뉴턴은 화폐 개혁과 함께 화폐 위조범을 소탕하는 데 앞장섰다고 한다. 그가 위조범을 잡아 처형하는 것을 즐겼다는 소문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올 정도.

이런 소문은 당시 영국의 화폐 사용 환경이 그만큼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생겼다. 많은 양의 위조 화폐가 시중에 유통됐고, 사람들이 동전의 가장자리를 깎아내는 일도 잦았다. 금화나 은화의 가장자리를 깎아낸 후 그것은 그것대로 사용하고, 깎아낸 금이나 은은 따로 내다 팔아 ‘부수입’을 챙겼던 것. 자연히 시장에서 성한 금화나 은화를 찾아볼 수 없게 됐고, 화폐를 발행하는 국가는 그만큼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 당시 금화와 은화의 액면가는 그것을 만드는 데 들어간 금이나 은의 실제 가치와 똑같았다.

여기서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머리회전이 빠른 사람은 이미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렇다. 정답은 동전의 가장자리에 숨겨져 있다.

뉴턴은 사람들이 금화나 은화의 가장자리를 깎아내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의 옆 테두리에 톱니바퀴 모양을 새기도록 했다. 효과는 컸다. 가장자리를 깎아낸 금화와 은화는 육안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었고, 사람들이 테두리에 톱니바퀴 모양이 없는 돈은 받지 않게 됐다.

이제 500원짜리 동전 테두리에 새겨진 작은 톱니바퀴 모양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더 이상 금이나 은으로 주화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그 본래의 의미는 없어져버렸다. 하지만 그 형태는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져 내려오며 뉴턴과 500원짜리 동전을 이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톱니바퀴 모양이 오늘날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은 아니다. 자세한 내용은 옛날과 다르지만, 역시 위조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테두리에 새겨진 톱니바퀴 모양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기술과 많은 시간, 그리고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고급 자판기는 이 톱니바퀴 모양을 이용해 동전을 인식하기도 한다.

100보다 큰 것은 톱니의 개수를 뜻한다. 500원짜리 동전의 테두리에는 총 120개의 톱니가 새겨져 있다. 100원짜리 동전에는 110개가 있으며, 50원짜리 동전에는 109개의 톱니가 있다. 예전에 유통됐던 1원, 5원과 10원은 물론이고 현재의 10원짜리 동전의 테두리에는 아무것도 새겨져 있지 않다.

○ 동전의 ‘품위 등급’

그리고 하나 더. 동전에도 ‘급’이 있다. 보통 그 기준은 전반적인 마모 상태와 동전에 새겨진 세부적인 도안의 마모 상태다.

유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동전 중 가장 높은 등급은 ‘BU(완전미사용·Brilliant Uncirculated)’. 등급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동전이다. 거기에다 30배 현미경으로도 유통되거나 마모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아야 하고, 제조 과정에서 생긴 미세한 긁힘을 뜻하는 ‘백마크(Bag Mark)’도 없는 완벽한 상태여야 한다. 백마크가 있는 것은 ‘UNC(미사용·Uncirculated)’로 한 등급 낮아진다. 그 아래 등급으로 ‘AU(준미사용·About Uncirculated)’ ‘XF(극미·Extra or Extremely Fine)’ ‘VF(미·Very Fine)’ ‘F(보·Fine)’ ‘VG(병·Very Good)’ 등이 이어진다. 준미사용은 도안의 세부적인 부분이 모두 남아 있으나 동전의 도안에서 가장 높은 부분만 살짝 마모된 상태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마모 정도는 점점 심해져 병은 원래 도안의 25% 정도만 남아 있는 동전이다.

완전미사용보다 더 높은 ‘특권층’인 ‘프루프(proof)’도 있다. 처음부터 기념품용으로 만들어지는 이 동전은 엄선된 소전(素錢·무늬를 새기지 않은 상태의 동전)으로 정교하게 제조된 무결점 동전이다. 다른 동전들과 달리 최소 2, 3회 이상 소전을 압인해 만들며 먼지 등 불순물이 없는 별실에서 별도의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동전에는 거울 같은 광택이 남는다. 프루프 동전은 그 위에 새겨진 도안이 마모되었다고 해서 급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프루프는 제조방법 그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답: 테두리 톱니바퀴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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